중국 원저우市 집값 2년째 폭락… 다른 도시로 확산될까 긴장

입력 2013-09-26 18:16

“1000만 위안(약 18억원)짜리 아파트를 은행 대출 700만 위안을 받아서 샀는데 지금 시세가 500만 위안에 불과하다면?”

‘부동산 불패’ 신화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중국에서 ‘민간기업의 도시’로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溫州)시에서는 아파트 공급 과잉과 집값 폭락 때문에 지역경제가 커다란 어려움에 빠졌다.

문제는 원저우발 부동산 거품 붕괴가 다른 도시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여타 도시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락이 보편화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지역별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저우시는 이에 따라 중국 내 도시 중 처음으로 지난달부터 ‘주택구매 제한’을 폐기했다. 원저우 시민은 이곳에서 집을 한 채 이상 구매해도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이다. 원저우의 이러한 정책은 중앙정부와 저장성 정부의 승인 아래 시행되는 것이라고 홍콩 명보(明報)가 26일 전했다.

원저우의 집값은 지역에 따라 절반 이상 떨어진 곳도 있다. 루청(鹿城)광장의 경우 2011년 가장 시세가 높을 때 ㎡당 9만 위안에 달했으나 지금은 4만 위안으로 하락했다. 원저우의 집값 하락은 지난 2년 동안 계속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 대출금을 갚지도 못하는 가정이 속출하고 있다. 국책 싱크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런싱저우(任興洲) 시장경제연구소장은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를 제외한 2, 3선 도시에서는 주택 공급과잉이 이미 시작됐다”며 “아파트 미분양에 따른 부담은 도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일선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