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공간 부족 싱가포르 “지하도시 건설하자”
입력 2013-09-26 18:16
만성적인 주거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주거난 해소를 위해 지하공간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싱가포르가 추진하는 지하공간 활용은 단순한 하수처리나 배전시설 지하화가 아닌 대규모 연구시설 및 자전거도로까지 만들어 인간이 상주하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런 연구는 난양이공대와 국립 싱가포르대에서 주도하고 있다. 뉴욕시만한 크기인 싱가포르(682.7㎢)는 무려 540만명의 인구가 모여 산다. 2015년까지 추가로 150만명의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주거공간 부족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난양이공대 지하공간연구소 자오쯔예 박사는 “싱가포르는 조그만 도시국가에 690만명이 모여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주거공간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포르에 남아있는 육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70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지만 공항이나 군사시설이 인접한 곳은 고도제한으로 건축이 제한됐다. 전체 면적의 5분의 1이나 차지하는 해안 매립지를 확대하는 것도 해수면 상승으로 확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제한이 결국 지하로 눈을 돌리게 했다. 현재 주롱섬 인근에는 9억5000만 달러짜리 주롱섬 석유비축기지(JRC)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석유비축탱크 6개가 지하로 들어갈 경우 무려 150에이커(60만㎡) 규모의 지상이 새롭게 주거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JRC 외에 50에이커(20만㎡) 규모에 지하 30층의 작은 도시를 지하에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무려 40개의 터널을 지하에서 연결해 생명과학연구단지를 비롯해 쇼핑몰, 자전거도로, 보행길 등이 들어선다. 연구단지에는 4200명의 연구진도 상주한다. 콰분완 토지개발 장관은 “지하개발을 빨리 하면 할수록 활용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하공간 활용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지상보다 건축비가 3∼4배가량 더 들어간다. 여기에 광범위한 토질조사가 필요하다. 싱가포르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도 극복해야 한다.
전직 교사 출신인 데이비드 옹은 “나이든 세대들은 지하에서 생활한다는 개념이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면서 “죽은 사람만이 지하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 박사는 “적절한 조명과 환기시설 등이 마련된다면 사람들도 점점 지하생활에 익숙해질 것”이라면서도 “아직 연구는 초기 단계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