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예산안] 반값 등록금 1년 늦추고 고교 무상교육 2014년 시행 유보

입력 2013-09-26 18:11 수정 2013-09-26 22:22


2014년도 예산안 명칭은 ‘경제활력·일자리 예산’이다. 이름에서 보듯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복지와 지역공약 이행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찍었다. 복지 예산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공약을 모두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복지·교육·지방공약 줄이거나 미루거나=대선 공약에서 후퇴한 대표적 분야는 복지와 교육이다. 우선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 공약은 대상이 축소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체계로 전환하는 시점도 당초 내년 7월에서 10월로 연기됐다. 대학생 반값 등록금 공약은 시행시기를 1년 늦췄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연간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5300억원만 투입된다. 고교 무상교육 역시 내년 시행이 유보됐다. 세입 감소 영향으로 2015년 이후에 시행하되 새 정부 임기 내 완성을 목표로 추진키로 했다.

지역공약 사업 역시 추진 시기가 뒤로 미뤄졌다. 3조3000억원이 편성된 지역공약은 대부분 계속사업 위주이고, 신규사업에는 700억원만 배정됐다. 지역공약 167개 사업 중 20여개 신규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비용을 우선적으로 잡은 것이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역별로 핵심 숙원사업을 1∼2개씩 선별해 우선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며 “신규사업은 예산보다 추진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공약 중 사업성이 떨어져 추진이 어려운 사업은 재기획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지역공약은 100% 이행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시행 시기는 현 정부 뒤로 늦춘 셈이다.

◇SOC 예산 더 늘지 않으면 다행=정권 초부터 강조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5월 공약가계부 발표 시 적정 SOC 규모를 연간 21조∼22조원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당정 협의 전까지도 지난 정부 시절 특수한 경제상황(경제위기, 4대강사업) 때문에 늘어난 SOC 투자는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의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당 앞에서 무너졌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서 “아주 치열한 물밑 당정 협의를 통해 당초 의원들이 많이 걱정했던 SOC 분야 예산은 걱정 안 할 정도로 많이 완화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지역민원과 관련 있는 SOC 예산이 더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정협의에서 SOC 예산을 늘리면서 여당 의원들은 알게 모르게 지역구 민원을 반영했을 것”이라며 “국회심의 과정에서 원외투쟁으로 지역구 예산을 챙기지 못한 야당 의원들의 쪽지예산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늘어난 SOC 예산을 국가기간망 철도와 도심부 교통 혼잡구간 도로 조기 완공에 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