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장·미방위 의원도 파밍·스미싱에 ‘깜짝’

입력 2013-09-27 05:50

금융감독원의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장이 눈 뜨고 파밍(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켜 금융거래 정보를 빼가는 수법) 사기를 당할 뻔했다.

김정훈 위원장은 지난 5월 자택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갑자기 금융감독원 안내문이 떴다고 한다. 팝업창에는 ‘대형 쇼핑몰 해킹 사고로 정보가 유출돼 개인정보 보안을 검증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안내문 상단에 함께 떠오른 로고는 영락없는 금감원의 것이었다. ‘인증 절차를 받아야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한다’는 말 아래에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친필 서명도 있었다. 마우스를 팝업창에 가져가던 김 위원장은 언뜻 신종 인터넷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금융 당국의 업무보고가 생각났다. 김 위원장은 다급히 인터넷 창을 닫았고, 두려운 마음에 컴퓨터를 포맷해 버렸다.

보이스피싱 대책을 마련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도 전자금융 사기에 노출됐다. 이 의원은 최근 부인으로부터 “초등학생 딸이 납치당했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딸의 전화 발신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놀랐지만 다행히 실제 납치가 아닌 사기로 곧 확인됐다. 이 의원은 그러나 보이스피싱에서 한 단계 진화한 스미싱(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소액결제를 유도하는 수법) 사기에는 거의 걸려들 뻔했다. 얼마 전 ‘형사소송건으로 법원 출석서가 발부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첨부된 링크 주소를 무심코 누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링크를 누르고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됐다면 30만원의 소액결제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보이스피싱이 줄어드는 대신 각종 IT 기기를 통해 이뤄지는 파밍, 스미싱 등 신종 전자금융 사기가 폭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이 의원이 주최한 피싱 대책 토론회에서 “국회의원들에게도 사기가 시도되는데 국민이 겪는 피해는 얼마나 크겠느냐”며 대책을 촉구했다.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 사기 예방 차원에서 26일부터 모든 금융회사로 하여금 공인인증서 재발급과 300만원 이상 이체를 시도하는 고객에게 휴대전화를 이용, 본인 여부를 재확인하도록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