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복지 후퇴’ 사과] 4대 중증진료비 등 줄줄이 ‘수정’ 대기

입력 2013-09-26 18:04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밝힌 가운데 다른 공약들의 ‘운명’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행 위기에 처한 주요 공약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대선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복지공약 수정이 가장 문제가 된다.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100% 국가 부담은 성안(成案) 당시부터 논란이 됐었다. 4대 질환 진료비 중 비중이 높은 3대 비(非)급여 항목(선택진료·특실사용료·간병비용)이 국가지원 대상에 포함되느냐가 쟁점이었다.

비급여 항목이 제외되자 민주당은 26일 내년도 예산안 간담회에서 “공약 뒤집기에 이어 예산까지 편성하지 않는 이중 사기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선 직전 박 대통령이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와의 TV토론에서 비급여 항목을 보장 범위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약속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비급여는 제외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수정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반값등록금 예산이 줄어든 것도 공약 수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행 시기도 2015년 이후로 미뤄졌다. 발표 당시 환영을 받았던 다자녀 가정의 셋째 아이 이상에 대한 대학등록금 지원도 당초 약속과 달리 신입생에 한해서만 지원해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주요 교육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아 임기 내 시행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0∼5세 무상보육은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 비율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보육료 국고보조금 비율을 10%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지자체들은 20% 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등 다른 복지 공약들은 시행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복지 정책보다 일찌감치 수술대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0대 그룹 총수와 만나 “(경제민주화 법안의) 독소조항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규순환출자 규제와 금산분리 등 주요 정책이 논의조차 안됐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총수 지분 비율 조정과 예외 조항 추가로 규제 대상이 대폭 축소됐다.

박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해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역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선 전날 깜짝 제안한 군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 부산 공략 차원에서 거론했던 영남권 신공항 건설 등도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