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복지 후퇴’ 사과] 김한길 “현 정권은 불효정권… 국민에게 무시당할 것”

입력 2013-09-26 18:06 수정 2013-09-26 22:47


기초연금 수정안이 포함된 2014년도 예산안이 26일 확정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전면적인 예산 전쟁”을 선언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안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설명회를 갖고 “박근혜정부의 발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민주당은 비상한 각오와 비장한 결의를 가지고 예산 투쟁이 아니라 전면적인 예산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의 발언을 ‘거짓말’로 규정하면서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거론했다.

전 원내대표는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공약 연기라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일 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하라. 반복하라. 그럼 대중은 믿는다’던 히틀러의 말이 생각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예결위원들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빚더미 예산, 거짓말 예산, 무책임 예산, 지방 죽이기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보육사업 지원 등 박 대통령의 대선 복지 공약이 크게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에서 ‘공약파기·거짓말정권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대표 공약들을 모두 뒤집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을 이렇게 무시하면 머지않아 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무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 전체를 달콤한 거짓말로 속인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무엇보다 어르신을 우롱한 박근혜·새누리 정권은 불효정권”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통한 직접 사과, 재원부족에 대한 설명, 복지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죄송하다”면서도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약에 대해 함께 책임이 있는 여당으로서 국민에게, 특히 직접 수혜 대상 어르신들께 기대하신 대로 다 드릴 수 없게 된 점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무차별적 선동을 자제해 달라”며 “민주당은 공약 파기, 국민 무시, 사기 등의 말로 비판할 자격이 없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특히 전 원내대표의 ‘히틀러’ 발언에 대해 “사람 셋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는데 이를 민주당에 돌려주고 싶다”며 “거짓말도 민주당처럼 여럿이 하면 곧이들리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여야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문제,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와중에 예산안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대치 정국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안은 다음 달 2일까지 국회에 제출돼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확정된다.

임성수 정건희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