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도핑 피하려 가짜성기 동원… 伊 육상선수 결국 징계회부

입력 2013-09-26 17:58

지난 주말 열린 이탈리아 육상선수권대회. 10㎞ 도로 경주를 마친 데비스 리차르디(27)는 도핑 테스트 대상자였다. 리차르디는 도핑 검사관에게 혼자 소변을 채취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도핑 검사관은 “규정대로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며 반대했다. 이상한 낌새를 챈 도핑 검사관은 소변 채취 과정을 유심히 살펴봤다.

황당하게도 그가 꺼낸 것은 ‘Whizzinator’라는 가짜 성기였다. 리차르디는 도핑 테스트를 회피하기 위해 가짜 성기를 이용해 미리 준비한 깨끗한 소변을 받으려 했다. 꼼수를 부리다 들킨 리차르디는 가짜 성기를 압수당하고 징계에 회부됐다. 리차르디는 도핑 테스트 회피 혐의가 인정되면 2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된다.

이 황당한 사건의 심각성은 도핑 테스트를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이 기구를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기구는 깨끗한 소변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데 가격은 140달러(약 15만원) 정도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즈는 “이 기구가 많은 선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 선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가짜 성기를 이용해 쉽게 도핑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떠벌린 사실을 전했다.

도핑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외국의 한 여자 선수의 경우 콘돔에 다른 사람의 깨끗한 소변을 채운 뒤 질 속에 넣어두기도 했다. 미리 길러 둔 긴 손톱으로 콘돔을 찢어 도핑 검사관을 속이려 했던 것. 이 때문에 손톱이 지나치게 긴 여자 선수들은 도핑 의심을 사곤 했다.

앞으로는 유전자, 줄기세포, 신경화학물질 등 생체물질을 이용한 도핑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도핑 검사관들과 시료 분석관들이 두 눈을 더 부릅떠야 할 것 같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