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괴롭힘에 자살한 사병 15년만에 국가유공자 인정

입력 2013-09-26 17:58

군 복부 중 선임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병사를 15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서울남부보훈지청이 1998년 12월 군 복무 중 자살한 이모(당시 20세)씨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한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26일 판단했다. 중앙행심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서울남부보훈지청은 이씨에 대한 처분을 의무적으로 취소·변경해야 한다.

98년 6월 육군에 입대한 이씨는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인 욕설과 구타 등 괴롭힘을 당하다 입대 5개월 만인 그해 12월 1일 대기 초소 밖에서 K-2 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의 모친 A씨는 2001년 9월 서울남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냈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행정소송을 거쳐 대법원 소송까지 갔지만 A씨는 결국 유공자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다른 군 자살사건과 관련해 군대 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자살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A씨는 또다시 서울남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냈고, 재차 거부당하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가혹행위와 그 영향이 군대의 통제성·폐쇄성으로 인해 일반 사회보다 훨씬 심했고 가혹행위로 인해 이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점, 이씨가 수차례 자살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지휘관이 예방·시정 노력을 다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보훈지청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