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은 눈먼돈”… 막 퍼준 환경부

입력 2013-09-27 05:54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로 수천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이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4월 서울시 등 8개 광역 및 32개 기초단체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환경·문화체육관광·건설교통·기업·농어업 등 5개 분야에서 집행한 국고 보조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부적정한 사안 56개를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감사원은 “지자체들이 보조금의 효율적 집행보다는 관련 예산을 따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보조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보조금은 눈먼 돈’ 또는 ‘일단 받고 보자’는 그릇된 인식과 관행이 만연해 보조금 부풀리기나 유용, 무자격자 부당수령 등의 비리가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국가예산 펑펑 뿌렸다=감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0년 사업비 7833억원 규모의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시·군에만 국고보조금을 지원키로 한 규정을 어기고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32개 시·군에도 국고보조금 298억여원을 퍼줬다. 그 결과 지방비 부담 능력이 모자랐던 21개 시·군은 결국 사업을 포기했고, 11개 시·군은 사업을 보류했다.



환경부는 사업을 포기한 시·군들에서 이미 지급한 국고보조금 96억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심지어 사업 보류 중인 11개 시·군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중단·폐지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사업비 1260억원을 2013∼2017년 중기 사업계획에 편성했다.



감사원은 사업을 포기했거나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시·군에 교부된 보조금을 회수하라고 윤성규 환경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국고보조금은 ‘눈먼 돈’?=국고보조금을 이중으로 타낸 지자체도 적발됐다. 경북 상주시는 ‘낙동강 역사문화·생태체험 특화단지 조성사업’과 ‘낙동강 역사 이야기촌 조성사업’ 추진계획을 각각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신청해 환경부로부터 75억원을, 문체부로부터 167억원을 이중 교부받았다.



상주시는 이 중 약 60억원을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으로 부당하게 집행했으며, 보조금 4억6000여만원을 불용 처리한 뒤 시의 일반회계 세입 예산으로 부정 편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등 13개 지자체도 504개 사업에서 발생한 보조금 집행 잔액 581억원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8273억원 규모의 옛 농림부 자산 취득 지원보조금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옛 농림부는 지난해 농어민들의 자산 취득 지원을 위해 국고로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표준사업비나 보조금 상한제 설정 등 보조금 지원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사업자가 신청한 사업비 규모와 견적을 그대로 인정해 보조금을 줬다. 그 결과 건축 공사비를 높게 산출한 보조사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이 지원됐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