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기소] “이석기 경호원 30여명, 브이님 육탄방어 각오 다져”
입력 2013-09-26 17:53 수정 2013-09-26 22:46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총책인 지하 혁명조직 ‘RO’가 결성 이래 10년간 지속적으로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혁명 전사’를 양성하면서 유사시 ‘총 공격 명령’이 떨어지길 준비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RO 조직원들은 대중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 ‘광우병 촛불집회’ 등 각종 시위 현장에도 투입됐다.
수원지검은 26일 이 의원을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압수수색과 함께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29일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민혁당 사건’으로 복역하다 2003년 8월 가석방된 직후부터 새로운 형태의 지하 혁명조직 결성 준비에 들어갔다. 검찰이 압수한 이 의원 수첩에는 당시 민혁당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정계 진출을 통한 상층 침투’ ‘KR(남한혁명) 전략·전술’ 등을 구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의원은 2003년 말 RO를 만든 후 ‘세포 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직원들에게 주체사상을 학습시키고, 사상성과 활동 상황을 점검했다. 조직원들은 ‘실천 투쟁’ 이행을 위해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반대 투쟁’(2006년), ‘광우병 촛불집회’(2008년) ‘쌍용차 파업 사태’(2009년) 등에 참여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맡았다가 2008년 11월 구속된 인물 역시 지난 5월 12일 RO 비밀 회합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의원이 ‘사회주의 혁명 투쟁의 교두보’로 인식한 국회에 진출한 이후 소속 상임위와 무관한 국방부·외교부 등에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 등 94건을 요청한 것도 RO 목적 수행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3월 정전협정 폐기 선언을 하자 이를 전쟁 상황, 즉 혁명의 결정적 시기로 판단하고 조직원들에게 ‘전쟁대비 3가지 지침’을 하달했다. 5월 1일에는 RO 재정사업체인 CNP그룹 직원 20여명에게 “백색테러와 예비검속에 대비해 보안을 강화하고 후방에서 빨치산과 같은 비정규전·군사전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RO의 5월 비밀 회합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며 “북한 대남 혁명론을 추종하는 조직이 총책 지시에 따라 긴급히 집결해 철도와 가스, 전화국 등 구체적 타격 대상을 거론한 뒤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임무를 수행키로 하고 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것이 내란음모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전쟁 발발시 이 의원을 경호하기 위한 별도의 경호팀도 조직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명의 경호팀은 호출 시 곧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주 3일 체력단련을 하고 월 1회 산악훈련, 월 3회 사상학습을 했다고 한다. 경호원들은 이 의원을 ‘브이(V)님’이라고 부르며 ‘브이님을 육탄으로 보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내란음모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5월 회합 때 참석한 130여명은 기본적으로 전원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연계성 여부, 반국가단체 여부 규명 및 이 의원 집에서 나온 현금 1억4000여만원의 성격과 출처 등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지호일 기자, 수원=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