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배임액 줄어들 듯… 집행유예·감형은 미지수

입력 2013-09-26 17:42 수정 2013-09-26 22:54

대법원이 2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김 회장에 대한 최종 판단은 미뤄졌다. 김 회장은 실형 확정을 피하게 됐고,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을 두고 다시 다퉈볼 여지를 갖게 됐다.

대법원은 일단 핵심적인 쟁점인 부실계열사 지원행위가 배임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 측은 재판기간 동안 ‘결과적으로 성공한 구조조정이었으며, 계열사들의 실질적인 손해가 미미하다’는 논리로 무죄를 주장해 왔다. 대법원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부실계열사 지원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면서 김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한화그룹 계열사가 부실계열사의 채무를 갚기 위해 선 지급보증의 중복 계산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미 지급보증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계열사가 다시 지급보증을 섰다면 뒤의 지급보증은 앞의 지급보증과 별도로 배임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돌려막기’ 식으로 돈을 빌려 추가 지급보증을 섰는데, 맨 처음의 지급보증만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모두 160억원의 지급보증이 중복 계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부동산 저가매도에 따른 계열사의 손해 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한화석유화학 소유의 시가 713억원짜리 부동산을 공시지가 수준으로 팔도록 지시해 27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감정 과정에서의 오류를 제거할 경우 실제 가격은 448억원에 불과해 오히려 변호인들의 주장에 부합한다”며 “부동산 감정평가에 대한 추가심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 272억원가량의 배임혐의가 무죄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추가 심리나 증거에 따라 해당금액이 증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단 실형 확정을 피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김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배임액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김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배임액 감소 등을 근거로 형을 낮추는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김 회장의 현재 악화된 건강상태와 경제적 공헌 등을 거론하며 재판부에 집행유예 등의 선처를 호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전략이 파기환송심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1797억원에서 일부 줄어들더라도 배임 총액이 1000억원 안팎일 가능성이 높다, 배임·횡령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액수가 300억원을 넘을 경우 기본 징역 5∼8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 관계자는 “일부 감액되더라도 양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파기환송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