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은 했지만… 朴대통령 ‘복지후퇴’ 사과
입력 2013-09-26 18:02 수정 2013-09-26 22:08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으니 손해 아닌가?’ ‘손해가 아니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더 많은 돈을 받는다.’
기초연금 정부안을 놓고 26일 국민들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는 이런 동문서답이 오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축소에 대해 “어르신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논쟁의 불을 댕긴 건 이어진 해명이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삭감하도록 설계된 정부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손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가입자가 받게 되는 총급여액은 늘어나 더 이익이 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연금에 가입하는 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돼 있고 연금에 가입해 손해보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총급여액이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친 것이다. 기초연금 정부안에 따르면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줄어든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1년이 될 때까지는 월 20만원을 받다가 12년부터 1년마다 1만원씩 삭감돼 가입 기간 20년 이후 10만원 하한까지 떨어진다. 성실 가입자가 기초연금액에서 분명하게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대통령의 해명은 이 사실 자체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 줄어드는 기초연금에 범주가 다른 국민연금을 얹은 뒤 공적연금의 총액으로 바꿔 “늘어난다”고 대답함으로써 논점을 흐린 것이다.
물론 해명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 월 소득 100만원인 경우 국민연금 10년 가입자 총급여액은 40만원(기초연금 20만원+국민연금 20만원)인 반면 20년 가입자 총급여액은 54만9000원(기초연금 10만원+국민연금 44만9000원)이다. 가입 기간이 10년 늘면 기초연금은 10만원 깎이지만 국민연금은 24만9000원 늘어난다. 하지만 공적연금 총액이 늘어난다는 말은 기초연금 삭감을 항의하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아니다. 의도적 동문서답에 가깝다. 조세를 재원으로 한 기초연금과 보험료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은 본인 기여라는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전혀 다른 제도로 인식된다는 점도 간과했다.
이정우 인제대 교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별개 제도라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두 제도를 연계시키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도 “공약을 못 지킨 것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라면 이해를 구하고 타협안을 만들 길을 찾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정부안이 올바르니 이대로 따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한 사과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