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복지후퇴’ 사과] “어르신께 죄송한 마음… 유례없는 세수부족에 불가피”

입력 2013-09-26 17:45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도 정공법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지급’이라는 대선 공약 후퇴 논란을 적극적인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야당의 비판을 반박하며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26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한 청와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의 재정위기 상황을 차근차근 거론하며 기초연금 공약 수정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세수 결손이 크고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금년도 예산이 과다하게 편성된 결과 올해 세입은 당초 예상보다 20조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라며 “12조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여전히 세수가 부족하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로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재정 지출도 포기할 수 없다. (내년 예산안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 당면 과제인 경제 활성화와 재정 건전성 문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정부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 자신이 처음 주장했던 기초연금 공약의 ‘역사’와 ‘미래’까지 상세하게 풀어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못 하는 어르신들이 최소 1인 1연금 혜택을 받도록 정착시키는 게 제 소신이었다”고 했다. 또 “(노무현정부 시절)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지만 여당(당시 열린우리당)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초연금 도입을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된 뒤 인수위원회에서 많은 논의를 했고 소득 상위 20∼30%를 제외한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합의점을 찾았다”는 말로 전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새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인수위 안과 충돌하지 않음을 적극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연금안이 도입되면 대상자의 90%(353만명)가 매달 20만원을 받는다. 나머지 10%도 10만원에서 19만원까지 지원받아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하이라이트는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대목이다. 지난 4월과 5월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낙마 사태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각각 표명했던 ‘유감’과 ‘송구스러움’보다 훨씬 직접적인 사실상 세 번째 대국민 사과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민주당의 ‘공약 포기’ 비난에 대해선 “결코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지만 그것은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한국형 복지국가는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