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기업인 개성공단 2시간여 견학… 외국인투자 물꼬 트나

입력 2013-09-26 17:38 수정 2013-09-26 22:36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삼덕통상의 문창섭 회장은 긴 추석연휴에도 마냥 쉴 수 없었다. 개성공단이 지난 16일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신경 쓸 일이 많았다. 그런 문 회장에게 연휴기간 반가운 메일이 도착했다. 신발 생산업체인 삼덕통상의 주요 해외거래 선인 독일 미앤프렌즈사의 마이클 어틀 대표가 개성공단을 직접 둘러보고 싶다고 요청한 것이다.

연휴가 끝난 23일 어틀 대표가 한국을 찾았고 공동투자 의사를 확인한 문 회장은 곧바로 통일부에 개성공단 방북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26일 오전 10시 어틀 대표와 문 회장은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국사무소(CIQ)를 통해 개성공단으로 향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후 첫 외국 기업인 방문이었다.

어틀 대표는 2시간30여분에 걸쳐 공장 곳곳을 꼼꼼히 둘러봤고 홍양호 개성공단 관리위원장과 만나 1시간 동안 면담도 했다.

어틀 대표에게 개성공단은 기대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는 2009년 삼덕통상과의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뒤 남북관계가 경색됐다는 뉴스를 듣고 삼덕통상과의 거래량을 줄였다. 대신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에 물량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덕통상은 줄어든 거래량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제품을 만들었다. 어틀 대표는 공단 운영이 재개됐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개성공단 방문 의사를 전달했다. 개성공단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틀 대표는 이날 문 회장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는데 삼덕통상은 기술력이 있어도 왜 발전을 못하느냐”고 물었다.

문 회장은 “남과 북이 신뢰할 만한 수준의 합의를 했다. 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답했다.

오후 4시 개성에서 돌아온 어틀 대표의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했다.

개성공단이 정상화에 나서면서 해외 기업들이 개성공단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 의류업체들도 통일부나 국내 기업들과 연계해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LA 한인의류협회 이윤세 회장은 “의류협회에 속한 업체들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계기로 공단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대북제재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가 시작하면 좋은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LA 한인의류협회는 2008년에도 공단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통일부는 다음달 말 개성공단 투자설명회를 열면 더 많은 외국 기업이 참여의사를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남북은 개성공단에서 공동위원회 산하 출입체류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측 지역에 머무는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문제와 법 위반 시 조사절차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서윤경 모규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