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새 앨범 ‘살자’ 낸 타이거JK 밝고 경쾌, 제목부터 희망적… 왜?
입력 2013-09-26 17:30
2009년 발매된 8집 ‘필 굿 뮤직(Feel gHood Muzik)’ 이후 4년 만에 발매된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멤버 타이거JK)의 앨범 ‘살자(The cure)’는 힙합 팬들 사이에선 ‘새롭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 사회 비판적인 힙합 정신을 표현했던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선 한층 부드러워진 게 사실. 함께 작업한 아내 윤미래(32)의 소울풀한 목소리가 돋보이고 가사도 한층 밝고 경쾌해졌다.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 ‘첫눈이 오면 설레였던 꼬마아이(time travel)’ ‘살자(The cure)’ 등 새 앨범에 담긴 9곡은 제목부터 희망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무엇이 그의 음악을 바꾸게 했을까.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동에서 타이거JK(본명 서정권·39)와 비지(Bizzy·본명 박준영·33)를 만났다. 타이거JK는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뭐든 하고 싶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음악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진정성을 담아 만든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를 바쁘게 해드리고 싶었고 노래로 아버지를 웃게 하고 싶었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그의 아버지는 국내 1호 ‘팝 칼럼니스트’인 음악평론가 서병후(72)씨. 미국 음악잡지 빌보드의 한국 특파원과 MBC 대학가요제 심사위원 등으로 활약했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는 아버지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다. 앨범 재킷에 적혀 있는 손 글씨 ‘살자’는 그의 아버지가 직접 썼다. 가사 집엔 아버지와 타이거JK의 아들 조단(5)군 등 가족들의 일상 사진도 담겼다.
“쑥스러워 하셨어요. 더 멋지게 쓸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그래도 글씨 작업을 하면서 아버지 얼굴에 생기가 돌았던 것을 기억해요. 완성한 앨범을 드렸더니 한참 눈 감고 음악을 들으시곤 ‘더 크게 듣고 싶으니 CD플레이어를 사달라’고 하시더라고요.”(타이거JK)
그의 바람이 담긴 타이틀곡 ‘살자’엔 힘든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싶은 속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나 힘들어도 아이 갓 어 겟 업, 돈 기브 업 나우(I got a get up, don’t give up now)’ ‘슬픈 내 맘도 언젠가 웃게 될 거야’란 가사에선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수록곡 ‘뷰티플 라이프’에도 ‘삶을 선택해’ ‘살아 숨 쉴래’ 등 긍정적인 가사들이 등장한다.
앨범에 함께 참여한 윤미래와 후배 비지. 개성이 너무 뚜렷한 세 사람이지만 이번 앨범에선 또 다른 색깔과 시너지도 보인다. 타이거JK는 “서로 보완해야 할 점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지난 7월 ‘필 굿 뮤직’이란 힙합 레이블(음반사)을 세워 함께 활동하고 있다. 비지는 “아직 레이블 운영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요즘엔 동네(경기도 의정부)를 돌아다니면서 저희 노래가 나오는 가게에 들어가 CD도 나눠드리고 하는데 신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다. 아직 소심해서 서울 강남 쪽으로 진출은 못했다”고 웃었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끊임없이 긍정 에너지를 주려는 형 덕분에 작업을 하면서 아픔을 달랬고 같이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정신적으로 치유가 된 것 같고요. 앨범 주제인 큐어(Cure), 저희에겐 음악이 치유였던 것 같습니다.”(비지)
“한 해외 팬이 자살을 생각하다가 이 곡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는 얘기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알게 되곤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음악을 한다며 방향도 못 잡고 바보같이 살았는데….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 아버지께 전하고 싶어요.”(타이거JK)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