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혜훈 (18·끝) 49년의 축복·고난, 이 모두 믿음의 연단이시니!
입력 2013-09-26 17:36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9년 세월 동안 내게도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욥과 같은 의인이 겪는 고난은 성경에나 나오는 것이었고 내가 겪은 고난은 모조리 나태함, 무능함, 실수 등 나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었다.
19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 때였다. 지역구에서 평가도 좋았고, 지지율도 당보다 25% 더 높았다. 게다가 소위 ‘친박’ 천하가 됐으니 친박 핵심으로 알려진 내가 지역구를 떠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서초갑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공천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친박 핵심인 내가 당의 텃밭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서초를 떠나 총선 종합상황실장을 맡으라고 했다. 그 자리가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종의 하자보수반장이다. 공천한 후보 가운데 논문 표절이나 성추행 같은 논란이 일면 방어해주고 사과문도 대신 써주며 온갖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8년 서초갑을 하나님이 주신 유업인 줄 알고 얼마나 소중히 섬겼는지 하나님께서는 아실 것이다. 매일 밤 퇴근하면 밤 11시든 12시든 반포천이나 한강 둔치를 따라 서초 경계를 발로 밟으며 서초를 위해 축복기도했다. ‘하나님, 이 지경을 축복하옵소서. 이 경내에 사는 주의 백성들에게 복에 복을 더하시고 그들의 삶을 일일이 주관하옵소서.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직접 응답하옵시며 억울한 백성이 한 사람도 없게 하옵소서.’ 이렇게 날마다 기도한 것을 아시면서 이토록 황당한 이유로 서초를 떠나게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주위가 깜깜해졌는데 문득 요나 선지자가 생각났다. 자기가 기르지도 않고 수고도 아니한 박넝쿨이 사라진 것 때문에 하나님께 화를 낸 요나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초갑을 정성껏 섬긴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심지도 않았고 만들지도 않았고 내 소유도 아닌데 마치 내것을 뺏긴 것처럼 하나님 앞에 서운해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내 사역의 촛대는 하나님께서 서초갑에 두시든 총선 종합상황실에 두시든 아프리카 선교지에 두시든 온전히 하나님의 주권이시며, 내가 할 일은 오직 감사함으로 “주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하며 순종하는 것뿐임을 또 잊은 것이다.
당장은 내 잘못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고난조차도 그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과정에서 내 잘못을 찾아냈다. 결국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영적 성장을 경험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 119:71)
광야를 여행해 보면 강 주변에만 풀과 나무가 자라고 동물들이 서식한다. 강이 똑바로 흐르는 것보다 굽이굽이 돌아 흘러야 풀과 나무가 자라고 동물이 사는 생명의 면적이 넓어진다. 인생도 고난과 역경을 만나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하나님 뜻을 아는 지혜가 자라고 풍성한 영적 성장을 이룬다.
혹 지금 고난 중에 “사람들이 종일 내게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뇨 하오니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시 42:3) 탄식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위로를 얻기 바란다. 지금까지 이 부족한 여종과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과정에서 노출된 인간의 허물이나 인간의 자랑은 성령께서 말끔히 지워주시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이 남게 해주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정리=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