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행복하게 돈 쓰고 싶다면 남에게 투자하라
입력 2013-09-26 17:29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엘리자베스 던·마이클 노튼/알키
캐나다 심리학 교수 엘리자베스 던은 돈과 행복의 관련성을 소재로 한 논문 1만7000편을 찾아 살펴봤다. 대부분 논문이 ‘소득이 늘어도 행복감은 늘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듯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는 걸까.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하는 대신 돈을 잘 쓰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그녀는 친구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케팅학 교수 마이틀 노튼과 함께 지출 방식과 행복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각종 심리, 경영 분야의 다양한 연구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행복한 지출을 위한 5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가장 먼저 상품 자체보다 자아가 반영된 체험적 구매를 강조한다. ‘우주여행’이나 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침대 위에서 보온 침낭을 펴고 들어가 잠을 자야 하는 ‘스웨덴 아이스 호텔’에서의 하룻밤, 유명한 레스토랑 ‘엘불리’에서의 식사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체험과 관련된 소비에 만족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코넬대 심리학 교수가 학부생을 상대로 ‘최근 구매한 것 중 자아감과 밀접한 것들을 표시해보라’며 실시한 간단한 실험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노트북, 블랙베리, 디지털 카메라, 부츠 등의 물건 구매보다 친구들과 함께한 스키장 여행, 극장 입장권 구매, 지인과의 저녁 식사에 쓴 돈이 자아감에 훨씬 밀접하다고 답한 것이다. ‘내 집 마련’보다 여행, 영화 감상, 운동경기 관람, 헬스클럽 정기회원 가입 등 여가 활동에 지출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고 제안한다. 캐나다에서 5달러 또는 20달러가 든 봉투를 나눠주고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거나 생활비 등 집세에 쓰거나,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을 사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라는 네 가지 행동을 제시했다. 그 결과 남에게 돈을 쓴 ‘친사회적 지출’을 한 사람일수록 행복감과 만족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이밖에 ‘특별하게 만들어라’ ‘시간을 구매하라’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는 세 가지 제안을 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 사례를 소개한다. 다소 뻔한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지출 방식과 이를 둘러싼 정서적 만족감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며 자신의 지출 습관을 점검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방영호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