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신분 가르는 사회적 절벽 진단, 해법 모색… ‘절벽사회’

입력 2013-09-26 17:16


절벽사회/고재학(21세기북스·1만5000원)

한 발만 삐끗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회. 오늘날 한국은 절벽과 닮아가고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쌓은 성공은 한 번의 실패로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기업의 파산 경력은 낙인이 돼 사회적으로 매장 당한다. 지표로 봐도 우리나라의 상대 빈곤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고, 중산층 비중은 6년 새 5% 포인트나 줄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 부모의 재력이 투영되는 자녀의 성적, 소규모 자영업까지 손을 뻗친 대기업의 과욕까지…. 우리는 무한경쟁체제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짜여진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살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다르다. ‘패자 부활’을 허용하고 실패를 이해하고 장려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 준다. 일본 혼다자동차의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언론인인 저자가 인구, 일자리, 재벌, 교육, 취업, 임금, 금융, 창업, 주거 등 아홉 개의 장으로 나뉜 우리 사회 절벽의 실상을 분석한다. 그리고 절벽을 어떻게 허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말을 인용한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