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일본 원전 사고와 정부·업계의 후안무치… ‘멜트 다운’

입력 2013-09-26 17:16


멜트 다운/오시카 야스아키(양철북·1만5000원)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뒤 2년이 흘렀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코미디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원전 내에 통제되고 있다”고 장담했지만 이내 거짓말로 탄로나 국제사회를 경악시켰다. 일본 검찰은 도쿄전력 경영진과 당시 간 나오토 총리 등 40여명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전원 불기소 처분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피해자는 있는데 왜 잘못했다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느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강대국 일본이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이 책은 그간 단편적인 언론 보도와 주변을 겉도는 보고서 등에 답답해하던 이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인 저자가 원전 사고 발생 직후부터 1년간 125명의 관련자를 취재해 기록한 책으로, 지난해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하며 일본 내 반향을 일으켰다.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 도쿄전력에 천문학적인 돈을 대출해준 은행단, 간 총리로 대표되는 정치권까지 이들이 원전 사고 발생부터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파렴치하면서도 무능력한 모습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한승동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