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인간 탐욕 탓, 바다는 오늘도 아프다
입력 2013-09-26 17:15 수정 2013-09-26 22:18
어류 고갈·오염 다룬 책 2권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어느 나라보다 해양 생태계와 해양 자원이 중요한 국가이지만 정작 살고 있는 우리는 중요도나 심각성을 모른다. 내가 오늘 아침 커피 전문점에서 들고 나온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나 반찬 없을 때 뚝딱 까먹는 참치캔 통조림이 바다 생태계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은 더더욱 못하고 산다.
우리의 무딘 감수성에 땡땡 종을 울리는 책 두 권이 나왔다. 수산물 남획의 실태를 토대로 2048년쯤엔 어류 자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 경고하는 ‘텅 빈 바다’. 그리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몰고 온 해양 생태계 교란이 결국 인간에게 재앙이 될 것임을 고발하는 ‘플라스틱 바다’다.
텅 빈 바다/찰스 클로버/펜타그램
◇남획으로 물고기가 사라진다=‘텅 빈 바다’의 저자 찰스 클로버는 영국 런던의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 출신인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다. 그는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 바다에서 펼쳐지고 있는 잔인하고 끔찍한 남획의 현장을 고발한다. 어업강국들이 애용하는 ‘트롤 어업’을 주범으로 꼽는다. 배를 이용해 자루형 그물 등 어구를 수평 방향으로 끌어 어종을 잡는 이 방식은 상품 가치가 있는 물고기 450g을 얻기 위해 7㎏에 달하는 해양 생물을 죽인다.
이런 남획은 인간의 탐욕이 낳았다. 현재 인류는 필요한 양의 40배에 달하는 어류를 포획하고 있다. 저자는 바다 밑바닥을 깡그리 훑어대는 트롤어선과 선주들을 비롯해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정부, 자국 어선의 불법 어업을 눈감아주는 원양강국들(여기엔 한국도 포함된다), 멸종위기의 생선 요리를 자랑하는 유명 요리사들, 밥상에 오른 생선이 어떻게 거기까지 왔는지에 일말의 관심도 없는 대중까지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는 “현재 생존한 개체군의 감소 수치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언쟁이나 하면서 인공위성, 감지기를 동원해 최후의 물고기까지 잡으려 한다”며 위기에 처한 개체군의 포획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해양보호구역과 해양보존지를 확대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민아 옮김.
플라스틱 바다/찰스 무어·커샌드라 필립스/미지북스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바다를 점령하다=‘플라스틱 바다’의 저자 찰스 무어 선장은 1997년 북태평양 항해 도중 이상한 장면을 봤다. 미국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중간 지점, 육지로부터 수천㎞ 떨어진 외딴 바다 위에 플라스틱 덩어리와 부스러기가 수프처럼 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지구 최대의 쓰레기장으로 불리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다. 그는 탐사 작업을 통해 약 16만2000㎢ 면적에 84.3t의 플라스틱 입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바다 속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이 쓰레기의 최대 피해자는 바다새 앨버트로스다. 플라스틱 병뚜껑과 일회용 라이터를 먹이로 착각해 먹는데, 이를 토해내는 성체와 달리 새끼 앨버트로스들은 소화관이 막혀 죽는 것이다. 1997년 한 연구 결과 죽은 레이산앨버트로스 새끼 97.6%의 뱃속에 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다.
해파리를 좋아하는 바다거북은 비닐봉지나 풍선을 먹이로 오인해 먹는다. 동물에게 그칠 것 같지만, 저자는 극지방의 이누이트 부족민 사례를 통해 이것이 곧 인간에게 들이닥칠 재앙이라고 경고한다. 바다표범, 물고기 등을 먹고 사는 이누이트족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다. 최근 연구 결과 그린란드 북서부 주민의 경우 성별 출생 비율이 남아 1명당 여아 2명이 되는 등 독성 물질 오염으로 인한 각종 피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오직 인간만이 자연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며 “당장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모두 줄이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지연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