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단 무인기 ‘드론’의 굴욕

입력 2013-09-26 02:00

미군의 주력 무인기 ‘드론’이 여객기와 잇따라 충돌하면서 아프리카 내 핵심 전초기지에서 쫓겨났다.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의 미 공군 레모니어 기지 소속 드론은 이달 들어 비행을 중단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5일 전했다. 현지 당국이 최근 몇 년간 벌어진 드론 사고와 관련해 우려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이 기지는 아프리카 예멘과 소말리아 등지에서 대테러 작전을 벌이기 위해 설치된 요충지다.

미 국방부는 무인기 부대를 임시적으로 지부티 수도에서 외곽 사막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미군 관계자는 “부대 이동이 해당 지역에서 드론 공격을 실시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무인기 작전 빈도를 줄이거나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 알샤바브 기지와 요원들을 감시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드론은 2011년 1월 아프리카 북동부 국가 지부티에서의 드론 추락사고 이후 해외 민간공항에서 최소 6번 이상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부티에서는 지난 2년간 공항과 다른 지역을 포함해 드론 5대가 추락했다. 미 공군은 그동안 예멘과 소말리아의 테러집단 알카에다와 알샤바브 소탕 작전 과정에서 드론 활동을 늘려왔다.

레모니어 기지는 지부티 국제공항에 인접해 이 공항 활주로를 다른 여객기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인기 추락이 빈발하자 현지 민간항공 관계자들과 미군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미군 드론 조종사들은 조사 과정에서 현지 관제사들이 영어에 미숙해 소통이 어렵고 자신들의 상공에서 드론이 움직이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면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종사의 실수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아프리카 동부 섬나라 세이셸 국제공항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가 관제센터 허가 없이 드론을 내보냈다가 조작 미숙으로 추락시키는 아찔한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주민은 세이셸 국영신문에 서한을 보내 “드론이 이착륙 중인 여객기와 충돌하거나 관제탑을 들이받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느냐”며 “국제공항에서 드론 운행을 허용하는 일이 미칠 영향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