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 “1인2역 정말 힘들었지만 그 덕에 기쁨도 두배였죠”
입력 2013-09-26 08:58
MBC 주말극 ‘금 나와라 뚝딱!’(약칭 ‘금뚝딱’)의 시작은 미약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6일 방영된 ‘금뚝딱’ 첫 회 시청률은 7.1%에 그쳤다. ‘금뚝딱’은 방영 내내 혹평과 시청률 부진에 시달린 전작 ‘아들 녀석들’의 전철을 밟는 듯했다. 하지만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신인·중견 배우들의 조화는 작품을 히트작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 22일 방영된 최종회(50회) 시청률은 22.3%까지 치솟았다. 출연 배우인 한진희(64) 이혜숙(51) 박서준(25) 등은 작품 속 배역 그대로 한 통신사 TV 광고에 캐스팅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작품의 히트 요인을 분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극중 1인2역을 연기한 여주인공 한지혜(본명 이지혜·29)의 열연이다. 그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쌍둥이 몽희와 유나 역을 연기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한지혜는 “동시에 두 역할을 연기해서 그런지 기쁨도 두 배”라며 시종일관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한동안 나의 ‘베스트’(최고작)는 ‘금뚝딱’이 될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의 지론은 ‘연기는 힘들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촬영 현장에서 편한 상태로 찍은 작품은 100% 망하더라고요. 배우로서도 좋은 평가를 못 받았고요. 그런 만큼 ‘금뚝딱’ 역시 정말 치열하게 촬영에 임했어요. 감독님하고도, 출연자들하고도 많이 싸우고 의논해가며 촬영했어요.”
‘금뚝딱’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짚어보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획 의도가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호연은 돋보였지만 이야기는 개연성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자극적인 설정 탓에 ‘막장’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지혜는 몽희와 유나 역을 동시에 소화해내며 극의 재미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두 인물은 성격이나 성장 배경이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였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인 몽희는 한지혜가 MBC 주말극 ‘메이퀸’(2012)에서 맡은 여주인공 해주 역과 비슷했다. 하지만 유나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돼 부유하게 자랐으며 성격 역시 까칠하고 도도한 인물로 그려졌다.
“몽희만 연기해야 했다면 ‘금뚝딱’에 출연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전작과 차별화된 부분이 없잖아요? 유나를 연기할 수 있어 좋았어요. 연기하는 게 재밌어서 촬영이 힘든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유나가 부유층인 만큼) 의상 때문에 쇼핑도 정말 많이 해야 했어요. 아마 제가 받은 출연료의 절반은 쇼핑하느라 다 썼을 거예요(웃음). 옷이 지금 너무 많아져서 바자회라도 열어야 하나 싶어요.”
한지혜는 조만간 20일간 유럽여행을 떠난다. 여정엔 남편이 아닌 친구 2명이 동행한다. 남편은 부산지검 정혁준(36) 검사. 그는 “당장 차기작을 골라 연기활동을 계속하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대중에게 더 이상 보여줄 모습이 없다”며 “여행을 통해 영감도 얻고 충전도 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한창 ‘금뚝딱’ 촬영할 때 남편은 저 놔두고 뉴질랜드에 스키 타러 갔었어요. 그러니 남편 없이 떠나는 제 여행도 가능한 거죠(웃음). 열심히 일했으니 잠시 놀아도 되지 않을까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이 된 그는 “20대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를 했지만 이젠 내공이 조금 쌓인 기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나이 앞에 ‘3’이 붙은 지금이 정말 좋다”고도 했다. 배우로서의 계획을 묻자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저도 언젠가는 아기도 낳을 테고, 자연스럽게 작품 활동을 쉬어야 하는 시기도 오겠죠. 그러다 다시 복귀해야 될 때 제가 돌아올 자리가 마련되려면 지금보다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돼버릴 거 같아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