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선봉에 선 금융CEO 2인… 속내는?

입력 2013-09-25 22:27 수정 2013-09-26 01:54


신한금융그룹과 IBK기업은행이 지난 23일 광주·경남은행 예비입찰에 ‘깜짝’ 참여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의 초반 흥행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들의 입찰참여는 두 조직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뤄져 관치의 ‘쓰나미’가 부는 금융권 상황과 맞물려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불과 2∼3개월 뒤 연임 여부가 결정되며 두 그룹 모두 차기 회장에 외부 인사 영입설이 제기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회장은 2009년 신한생명 부회장을 끝으로 신한금융을 떠났다가 2010년 ‘신한 사태’ 이후 구원투수로 신한금융에 복귀한 ‘신한맨’이다. 리스크관리 전문가답게 그의 복귀 이후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1조3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오는 11월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한 회장을 당장 이을 뚜렷한 후계구도가 없다는 점도 연임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신한 사태 직후 가까스로 권력 실세의 회장 영입 압력을 막아냈는데 한 회장이 물러나면 또다시 관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계감이 그룹 내부에 팽배하다.

대신 보수적 운영 탓에 성장 동력이 정체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 왔던 신한금융은 2007년 LG카드 인수 이후 대형 M&A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업계 중위권에 머물고 있어 자칫 그룹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한 회장이 광주은행에 이어 보험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등 존재감 과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 회장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검토했지만 오랜 매각 과정에서 영업망이 붕괴된 사실을 지적하며 철수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내외부적으로 신한 사태 주역인 구세대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바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부담이다. 여러 차례 인사에서 여전히 특정 라인이 홀대받고 있다는 잡음도 여전하다.

기업은행 첫 내부 승진 행장인 조 행장 역시 경남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기업은행은 경남은행 인수가 사실상 정부 돈으로 정부 매물을 사는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입찰을 강행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경남은행은 경남 지역 중소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출 금리 인하 등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전략지역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실제 조 행장은 2004년 종합기획부장 시절부터 지방은행을 포함한 다양한 M&A 전략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건이 연말 임기가 끝나는 조 행장의 연임 여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행장은 취임 이후 “연임 여부는 인사권자의 몫”이라며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중소기업 지원 노력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여러 차례 중용설이 대두되는 등 연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만약 조 행장이 연임에 실패하더라도 내부 인사의 행장 선임 전통을 만들기 위해 기업은행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금융권에는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군에 외부인사만 10여명이 올랐다는 소문도 나돈다. 기업은행으로서는 조 행장이 연임하거나 내부 후보군에 잡음 없이 인수인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