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민태원] 체납 건보료 900만원 남긴 여배우 A씨의 꼼수

입력 2013-09-26 05:03 수정 2013-09-26 09:30

지난 24일 밤 12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고액·상습 체납자 첫 실명 공개를 앞두고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이 넘는 건보료를 수년간 내지 않고 버티던 일부 체납자들이 공개 시한 몇 시간 전에 부랴부랴 납부에 나선 것이다. 그것도 인터넷뱅킹을 통해 불과 몇 분 만에 후다닥 이뤄졌다.

이들은 공개 대상 기준(체납 건보료 1000만원 이상)에 못 미쳐 공단 홈페이지에 이름이 나오는 망신은 면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체납액 전부를 납부하지 않았다. 1000만원 미만의 금액은 남겨놓았다. ‘명단 공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꼼수 납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5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원래 공개 대상 건보료 체납자 993명 가운데 실제 공개된 인원은 979명(개인 335명, 법인 644명)이다. 대상에서 빠진 14명 중 4명은 폐업이나 부동산 매각 등을 뒤늦게 신고하고 보험료 조정을 요청해 체납액이 줄면서 자동 제외됐다. 나머지 10명(개인 6명, 법인 4명) 가운데 3명은 체납액 대부분을 납부했지만 7명은 일부만 내 1000만원 이하로 체납액이 내려간 경우다.

한해 종합소득이 1억1700만원에 달하지만 2500여만원의 건보료를 체납했던 40대 유명 여배우 A씨도 1600여만원을 납부하고 900여만원은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자영업자 B씨는 1050만원의 체납액 중 100만원만 내고 950만원은 납부하지 않았다. 공단 측은 7명의 경우 자산이나 소득을 보면 충분히 낼 능력이 되지만 공개 기준만 피하려 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매년 한 차례 공개되는 건보료 장기 체납자 인적사항은 누적체납액이 1000만원 아래로만 내려가면 명단에서 즉시 삭제된다. 때문에 이 같은 ‘찔끔 납부’로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려는 이들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건보료 체납자의 실명 공개는 고소득층의 도덕적해이 방지와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따라 도입됐다.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 같은 허점을 막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민태원 정책기획부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