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화해 손짓… 美·이란 훈풍불까

입력 2013-09-25 18:32

이란이 한때 자신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미국과 적대 관계를 풀고 친구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은 결코 세계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도발하는 압력단체들의 근시안적 이익을 거부한다면 양국이 차이를 좁혀가는 새로운 프레임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개발은 오직 평화로운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국제사회의 인정을 요구했다.

그는 “핵무기를 비롯해 대량살상무기는 이란의 안보·방어 정책 어디에도 없다”며 “대량살상무기는 우리의 종교적 윤리적 믿음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 등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보고 제재하고 있다.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오바마와 로하니의 비공식 회동은 무산됐다고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전했다. 미국은 이란 대표단에 두 정상이 잠시 만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란 측이 “지금은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는 앞서 기조연설에서 “이란 정부가 유화적 조치를 취하려 하는 걸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며 “이란의 유화책은 반드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장애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반드시 외교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로하니는 연설 직후 CNN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홀로코스트)을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에도 화해 신호를 보냈다. 이란의 전향적 태도는 국제사회로 편입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로하니의 연설을 “위선으로 가득 찬 연설”이라며 진실성을 의심했다. 자국 외교관들에게는 로하니가 연설할 때 유엔총회장에서 모두 퇴장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는 다음 주에 연설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