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가드는 지금 우승을 꿈꾼다… 책읽기로 전지훈련 피로 푸는 전형수

입력 2013-09-25 18:16


“책이 수면제라고요? 전 책을 드는 순간 졸음이 확 달아난다니까요. 3권짜리 신간 장편소설 중 1권을 닷새 만에 다 읽었어요. 다행히 오늘 2권을 볼 수 있게 돼 참 좋아요.”

신기했다. 24일 오후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 전지훈련지인 일본의 최남단 오키나와 나하시에서 만난 최고참 가드 전형수(35·사진·1m81). 그는 시즌을 코앞에 두고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후배들과 더불어 8일째 막판 담금질이 한창이다. 연일 반복되는 강도 높은 단련으로 지칠 법한 시점이지만 쌓인 피로를 책읽기로 푼단다. 특이한 체질의 독서광이다.

전형수는 팀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데뷔한지 10년을 훌쩍 넘는 세월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맏형으로서 연습할 때도 실전처럼 한결같은 모습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정이 더 깊어지는 스타일이다. 자신을 한 없이 낮추고 후배들에게 정을 주고, 나누고, 통하게 하는 팀의 윤활유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추일승(50) 감독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점수로 평가하지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도맡는 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바로 전형수같은 선수 말입니다.”

전형수도 추 감독의 속마음을 잘 안다. 이번 시즌 우승으로 보답하는 길 말이다. “분위기가 아주 좋아요. 이현민이 오고 난 뒤에 지난해보다 팀의 속도가 많이 빨라졌어요. 속공 전개가 빨라졌어요. 이번에 새로 유니폼을 입은 용병 랜스도 엄청 빨라요. 가드들과 뛰어도 안 진다니까요. 그래서 농담 삼아 ‘쟤는 육상하지 농구를 왜했냐’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팀의 컬러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오리온스의 ‘대변신’ 뒤엔 맏형 전형수의 듬직한 그림자가 버티고 있다. 그는 땀방울을 마저 훔치기도 전에 씩 웃으며 (2권) 책부터 가방에 챙겨 넣었다. 거대한 중국 대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조정래의 역작 ‘정글만리’(해냄출판사)였다. 귀국하면 마지막권부터 사볼 작정이다.

나하(오키나와)=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