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靑 참모들 ‘세 단어’에 野 “불쾌”

입력 2013-09-26 04:59


요즘 민주당 의원들은 만나기만 하면 청와대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성토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너무 떠받드느라 국민과 야당에 대한 기본적인 예절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당 의원들을 가장 발끈하게 한 것 중 하나는 최근 청와대 참모들이 사용한 ‘윗분’ ‘지침’ ‘통보’라는 세 단어 때문이다. 이 세 단어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지난 16일 3자 회담과 관련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인 노웅래 의원에게 사용한 표현이다. 의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던 중 김 실장이 “윗분의 지침이 없어 통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 의원은 ‘윗분’이 누구냐고 되물으면서 “설사 청와대 내부에서는 여러분들이 윗분이라 부르더라도 야당과 국민한테까지 윗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또 지침이나 통보라는 단어도 너무 권위적이지 않느냐고도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김 실장이 구시대적 인사여서 그렇게 표현하는가보다’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얼마 뒤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다시 공식적인 대화를 나눴더니 역시나 똑같이 ‘윗분’ ‘지침’ 등의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5일 “표현이 예의에 어긋난 것은 제쳐두더라도 참모들이 다들 그런 경직된 표현을 쓰는 것으로 봐선 박 대통령에게 직언은커녕 민심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더 앞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청와대 내부의 경직된 풍경이 그대로 떠오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야당한테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데, 하물며 같은 진영인 새누리당 지도부나 의원들한테는 더욱 권위적으로 ‘통보’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아울러 박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공약 논란과 관련해 국무회의에서 입장을 밝히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보고 있다. 핵심적인 대선 공약인데다 온 나라가 떠들썩한 사안인데도 장관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간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 정도 사안이면, 기자회견을 해서 직접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양승조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열린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과 관련해) 사과는커녕 주무 부처 장관에게 책임을 떠넘겨버리는 식으로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