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왜 이러나?… 고소·고발 사태에 또다시 수장 잃고 표류

입력 2013-09-25 17:56 수정 2013-09-25 21:04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본부 사진)가 총회특별재판위원회(특별재판위)의 ‘전용재 감독회장 당선무효’ 판결로 또다시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해 한국교회는 충격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직 하나님을 중심으로 지혜로운 해법을 찾기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훈삼 정의평화국장은 25일 “가까스로 교단 정상화를 향해 첫 발을 뗀 감리교가 다시 위기상황을 겪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한달여 앞두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는 “기장은 지난 5년간 형제교단 감리교의 우여곡절을 지켜보며 함께 기도해 왔기에 새 감독회장 선출을 무척 기뻐했다”며 “하지만 교단이 다시 혼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감리교가 은혜 가운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나님의 해법’을 찾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도부 공백 및 파행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전 감독회장 측은 특별재판위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사회법에 호소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기감 관계자는 “어떻게 대응할 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하고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감독회장 측이 재심을 청구하고 특별재판위가 이를 받아들여 판결을 번복하거나, 사회법에 호소해 법원이 특별재판위 판결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당장 직무대행 선출 절차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최소 2개월 이상 지도부 공백이 우려된다. WCC부산총회를 지도부 없이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감독회장의 임기 변경문제도 지도부 공백을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기감은 지난 23일 감독회장 2년 겸임제를 포함한 헌법개정안을 공고했다. 다음달 개최되는 제30회 총회 입법의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임 감독회장의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감독회장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 될 수 있다.

전 감독회장의 재심 청구 여부와 특별재판위의 수용 여부, 겸임제의 적용 대상, 신임 감독회장 선출 시점 및 그의 임기 등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기감의 파행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감의 한 장로는 “하디1903 특별기도성회를 개최하며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또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전 기감 감독회장은 “공의를 위해 교단의 잘못된 점을 개혁하려는 시도는 막을 일이 아니지만 고소와 고발 등 소송만이 능사인가 하는 점은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곰곰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잘못을 무턱대고 덮자는 것은 아니다”면서 “과오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풀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당사자들과 중재자들의 의견을 모아 충분히 대안을 모색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