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차등화,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해야

입력 2013-09-25 17:43

연금과 단순연계는 도덕적 해이 부르고 세대 갈등 우려 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 정부 최종안이 예상대로 내년 7월부터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가장 큰 쟁점은 차등 지급 기준을 소득인정액(소득+재산 환산액) 대신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미가입자와 가입기간 11년 이하인 노인은 기초연금으로 20만원 전액을, 12년 넘는 노인은 일정액 감소한 금액을 받고, 20년 이상 가입자는 10만원을 유지하게 돼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함으로써 빚어질 부작용과 노인복지 체계의 혼선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했다고 해서 응당 받아야 할 돈을 감액당하는 데 불만을 품는 가입자가 많을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가 아닌 지역가입자의 경우 12년을 기점으로 탈퇴 러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노후보장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연금마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은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국민연금 성실 가입자를 역차별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근본적 문제는 차등 지급의 기준이 노후 경제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 여부나 가입기간은 경제력보다는 어느 세대에, 그리고 임금근로자와 자영업 종사자 중 어디에 해당되느냐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미가입자나 가입기간이 짧은 노인들이라고 해서 기초연금이 꼭 필요한 빈곤층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반면 근로기간 중 소득이 적어서 받는 국민연금액이 빈약한 노인들의 경우 소득을 보조하기 위한 기초연금마저 삭감되면 공적 연금을 통한 노후 보장은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즉 기초연금은 본래 목적인 노인빈곤 해소 효과를 별로 내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차등 지급 방식이 세대 간 갈등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들의 대부분은 가입기간이 짧거나 무가입자인 경우가 많아 기초연금으로 월 20만원을 다 받는 비중이 지급 대상의 90%로 크지만 후세대로 갈수록 그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다. 장기 가입자가 늘면 결국 대부분이 10만원을 받게 된다. 반면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 하에서는 수급자 전체가 2028년이 되면 국민연금 가입 여부 등과 무관하게 월 20만원을 받게 돼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종합해 볼 때 기초연금의 차등 지급이 불가피하다면 현행 기초노령연금처럼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부 입장에서는 소득인정액 기준을 택할 경우 당장은 지출 예산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산이 늘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인정액 판정과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검증에 드는 행정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문제점들은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의 폐해에 비하면 가볍거나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도 저도 어렵다면 차등 지급을 아예 포기하고 하위 70% 노인에게 일정액, 예컨대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