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안 잘못됐다

입력 2013-09-25 17:41

민주당이 내놓은 국가정보원 개혁안의 골자는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바꿔 해외와 대북 정보만을 담당토록 하고,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에서 국무총리 소속 기관으로 변경, 정보기관원의 국회·정부기관 파견·출입 금지 등도 포함돼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불거진 이후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 거론돼온 다양한 방안들을 망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이 선거와 정치에 개입함으로써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기문란사태를 야기한 데 대한 법적·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그럴 듯하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잘못됐다. 새누리당 말마따나 국정원 개혁안이 아니라 무력화 방안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국정원 업무를 해외 및 대북 정보 수집으로 국한하고,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자료제출 거부권을 폐지하겠다니 국정원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놓겠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을 검찰과 경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으로 이관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국정원이 축적해온 엄청난 노하우를 감안할 때 결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종합적 판단과 신속한 대응을 위해 국내·외 정보를 한 곳에서 통합·관리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난다.

특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자는 건 당치 않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서 보듯 북한을 맹종하는 집단이 국회에까지 진입해 혁명거점으로 이용하려 드는 상황이다. 북한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간첩들은 탈북자로 위장해 잠입하는 등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종북주의자들과 간첩을 색출해내는 일은 전문 인력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대북 정보망을 폭넓게 구축하고 있는 국정원이 담당하는 게 옳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없애면 자유민주 체제 수호에도 구멍이 뚫릴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데에는 오락가락한 정체성이 한몫했다. 야권연대를 중시한 나머지 좌파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국민들에게 불안하다는 이미지를 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한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안보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고,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도 협력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폐지하려는 의도는 국정현안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국정원 개혁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국익과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혁안을 대폭 손질하길 기대한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지탄받아 마땅한 사건이지만, 그렇다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국정원 기능을 축소하는 등 사실상 무력화시키려는 건 제1야당이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