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차 ‘강심장’ 달고 수입차와 ‘맞짱’
입력 2013-09-25 17:42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힘은 비슷하지만 배기량을 줄인 터보엔진 차량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고연비·친환경이 점차 중시되는 시장 경향을 염두에 둔 포석이고 수입차에 맞서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가격이 비싸 판매가 제한적이지만 업계에서는 곧 터보엔진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기술 개발 및 생산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출시한 스포츠 세단 ‘K3 쿱’에 배기량이 1591㏄인 1.6 T-GDI 엔진을 탑재했다고 25일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봄 선보인 스포츠 세단 아반떼 쿠페의 엔진(1999㏄)에 비해 배기량이 작은 엔진이다. K3 쿱은 그러나 ‘형님’보다 강력한 힘을 낸다. K3 쿱의 최고출력, 최대토크는 각각 204마력, 27.0㎏.m인데 비해 아반떼 쿠페는 175마력, 21.3㎏.m다.
K3 쿱이 더 큰 힘을 내는 이유는 터보엔진 덕분이다. 이른바 ‘터보차저’라는 장치로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공기를 다시 엔진에 투입해 더 강력한 힘을 내게 하는 게 터보엔진이다. 기아차는 지난 6월 출시한 더 뉴 K5에도 터보엔진(2.0ℓ) 모델을 포함시켰다.
최근 터보엔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차는 르노삼성의 SM5 TCE다. 지난 6월 출시된 이 차에는 일본 닛산의 기술이 집약된 1.6 GDi 터보엔진이 장착됐다. 중형차에 1.6ℓ 엔진이 탑재된 건 이례적이어서 업계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한국지엠은 4분기에 터보엔진 차량 2종(아베오·크루즈)을 더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6월부터 인천공장에서 직접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트랙스가 유일한 터보엔진(1.4ℓ) 차량이다. 6월 이전에는 미국에서 터보엔진을 수입해 조립했다. 회사 관계자는 “터보엔진을 넣어달라는 국내 고객의 요청이 많았다”면서 “국내에서 터보엔진을 만들면 물류비용이 줄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터보엔진의 장점은 연비 효율이 높다는 것이다. 배기량이 상대적으로 작으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수입차는 상당수가 터보엔진 차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출시한 A200 CDI를 비롯해 대부분 차량에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재규어의 XJ 2.0P, 푸조 RCZ, 닛산 GT-R과 같은 고성능·스포츠카도 터보엔진 차량이다.
국산 터보엔진 차량의 판매는 첨단 기술이 투입된 것을 고려하면 신통치 않다. SM5 TCE는 판매량이 매달 500∼600대로 월 2000대 안팎인 본 모델 SM5 플래티넘의 4분의 1 수준이다. 트랙스도 출시 직후에는 월 1200대 넘게 팔렸지만 최근에는 월 500∼600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비싼 가격이다. K5 터보는 기본 모델이 2795만원으로 비슷한 사양을 갖춘 K5 2.0(트렌디)의 2470만원에 비해 300여만원 비싸다. K3 쿱도 아반떼 쿠페보다 평균적으로 300만원을 더 내야 살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터보엔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터보엔진 없이는 수입차와 맞서기 어렵고, 점점 강화되는 환경 규제도 피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는 최근 터보차저 공장을 충남 서산에 짓고 2015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터보차저는 현재 전량 수입해 쓰고 있어 약 3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