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상용] 단기수출보험 시장 개방의 효과

입력 2013-09-25 17:42


조선시대 실학자이자 사상가였던 연암 박지원은 저서 ‘허생전’에서 독점시장이 백성들의 후생을 얼마나 후퇴시키는지를 묘사했다.

오늘날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공급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고 자고 입는 것부터 취미생활이나 금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공급자가 한 명인 상품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수많은 공급자들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직간접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들의 업무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특히 무역보험공사가 독점으로 운영하는 단기수출보험 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 금융기관에 개방해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수출보험은 수출업자가 물품을 수출하고 2년 이내에 수출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 주는 보험으로 국내 수출산업 보호를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보험상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무역보험공사가 단기수출보험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오면서 수출산업 보호에 기여한 바도 크지만 수출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 40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 중에서 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험이 보장해 주는 비율이 2010년 기준으로 22.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아직도 상당수 수출기업들이 수출대금 미회수에 따른 불안을 안고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1년 기준으로 무역보험 지원 실적의 90%는 대기업에 편중돼 있고, 2006년 이후 출시한 12개 상품 가운데 중소기업 전용 상품은 1개뿐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무역보험의 지원 실효성이 그만큼 낮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대로 앞으로 단기수출보험 시장이 민간에 개방되면 무역보험공사와 민간 금융기관 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출보험 보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중소기업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손해보험협회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중소기업 500곳 중에서 화재 및 풍수해 보험 같은 재난보험에 가입한 업체가 93%에 달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보험가입률이 높은 것은 시장에서의 경쟁이 결국은 화재보험의 보급 및 사회안전망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민간 금융기관에 단기수출보험을 개방할 경우 보험료가 올라 중소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면 보험료는 자연스럽게 인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업들이 가입하는 종합보험의 경우 보험사 간 경쟁으로 매년 보험료가 인하되어 최근 3년간(2008∼2011) 요율 인하 폭이 약 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0∼70년대에는 국내 보험산업이 초기 발전 단계여서 수출보험 제도를 정부가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시대였다. 그러나 지난 40여년 동안 국내 손해보험산업은 세계 10위 수준으로 발전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수출보험 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해 자국의 수출산업을 보호하고 세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우리나라 수출보험 시장에도 경쟁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모든 수출기업이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자유롭고 선의의 경쟁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길 바란다.

장상용 손해보험협회회장 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