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史를 바꾼 한국교회史 20장면] ⑫ 기독교 언론의 성과
입력 2013-09-25 17:13 수정 2013-09-25 14:52
한 손엔 복음, 한 손엔 참언론… 세상을 위로하고 바꾸다
“교회의 긴요한 소식과 특이한 소문을 각인에게 전한다는 말이라. 지금 만국이 교제하는 때를 당하여 우리 회보를 보시면 세계의 유익한 소문과 각국에 재미있는 소식을 자연히 통달할거시니.”
1897년 2월 2일 미국 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가 창간한 조선그리스도인회보 창간호 발췌문이다. 교계 소식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 뉴스를 전한다고 소개한다.
양수겸장(兩手兼將). 기독교 언론은 19세기 말 선교 초기부터 현재까지 선교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언론의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다. 기독교방송(CBS)은 4·19 혁명 등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보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극동방송(FEBC)은 크리스천의 영적 성장을 돕고 있다. 1988년 언론자유화 조치 이후 최초의 기독 종합일간지 국민일보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들이 활발하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근대 언론 발전 촉매제=조선그리스도인회보는 한글로 된 주간신문이었다. 미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가 같은 해 4월에 창간한 ‘그리스도신문’의 취지도 비슷했다. “조선 백성을 위하야 지식을 널리 펴려하는 거시니”라고 했다. 최초의 민영신문 독립신문이 창간된 이듬해 일이다. 독립신문 창간자 서재필 박사 역시 크리스천이었다.
회보나 신문의 구독자는 비기독교인들도 다수 포함됐다.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문제가 다뤄졌다. 특히 개혁사상 고취, 민족정신 고양, 남녀평등 주장 등 계몽적인 논조를 취했다. “담배 먹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불편한 거시 만흐니라. 이런 사람은 여러 가지 병이 잇나니 힘줄이 약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1897년 5월 그리스도신문에 실린 금연 기사 일부다. 1899년 3월 그리스도인회보에는 “북도 군수 한 분이 예수교 있는 마을에는 갈 수 없으니 ∼”라는 기사가 실렸다. 북도로 발령받은 한 군수가 부임지를 바꿔달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기독교인들의 감시 때문에 부정을 저지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당시 관리들 사이에 퍼져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초기 한국교회가 세운 신문이나 지원하는 신문들이 한국사회 근대화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10년 한일병합 조약 후 일제는 식민지 통치 편의를 위해 대부분 언론사를 폐지했다. 1919년 3·1운동 후 일제는 문화 정책을 실시했고 언론사가 생겨났다. 이에 따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시사신문 3개 신문이 잇따라 창간된다. 그리스도인회보나 그리스도신문에서 일했던 이들은 1920년대 세 신문사 발행 과정에 큰 기여를 했다. 기독 언론이 근대 언론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복음화와 민주화 기폭제=해방 후 1954년 12월 15일 첫 전파를 발사한 CBS는 한국 최초의 민영방송사다. 해방 이듬해 46년 미 국제선교협의회(IMC)는 조선기독교연합회 초대회장이던 김관식 목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공산당이 38도선 이북을 점령했으므로 북쪽에는 교회가 없어졌을 것이다. 남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전도하기 위해서는 방송이 필요하다.’ CBS가 미 선교회 원조로 설립된 배경이다.
첫 시그널 음악은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찬송가 248장)이었다. CBS는 60년 4·19혁명 시기 침묵했던 관영방송 KBS와 달리 학생들의 시위를 집중보도했다. 74년에는 박정희 정부의 긴급조치에 반발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84년 창사30주년 특집방송 때 한 청취자는 “아홉시 ‘땡’ 하면 전두환으로 시작해서 이순자로 끝나는 뉴스라면 차라리 할 필요가 없다. 이 패역한 정권은 곧 멸망할 것이다”라고 해 방송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87년 1월 말 생방송 시사프로그램 월요특집은 ‘고문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제목으로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뤘다.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월요특집은 부정선거, 5공 청산, 통일정책 등에 대한 민중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며 “이는 소외되고 억눌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기독교 정신에 부합된다”고 평가했다. 56년 소련과 중공 등 공산권 선교를 위해 설립된 극동방송은 크리스천의 영적 부흥에 기여했다.
현재 20여개국 83개 도시에서 158개 언어로 하루 562시간씩 29억여 명에게 도달하는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언론 자유화 조치 후 1988년 창간된 국민일보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일반 뉴스면과 영성의 길잡이가 되는 미션 섹션으로 구성돼 발행 중이다. 특히 2000년대 논문 표절 의혹 보도로 학계 관행을 개선하고 쌀 직불금 파동 보도로 공직자 윤리 기준을 높였다. CTS 기독교TV, 굿TV, CGNTV, 씨채널 등 다양한 기독교방송과 뉴스미션 등 인터넷신문이 나오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자문해주신 분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 △박용규 총신대 신대원 교수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 △이상규 고신대 부총장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