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실패할 권리가 있는 사회
입력 2013-09-25 17:13 수정 2013-09-25 21:18
최근 한 일간지에 남성들의 경쟁심리에 대한 장문의 칼럼이 실렸다. 그런데 그 글은, 비록 남성들이 공공화장실의 소변기 앞에서도 무의식적인 경쟁을 멈추지 않을 만큼 강한 경쟁의식을 가지고는 있으나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경쟁하는 존재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런 경쟁의식 속에 함몰된 사회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경쟁을 통해 승리를 얻고자 하는 바로 그 사람임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 때문에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의 무한경쟁사회는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최후에 승리하는 사람들만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승리자를 인정하지 않는 일등주의 사회는 2등에게조차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는다. 결국 모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아름다운 실패’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기업들은 ‘성공보다 가치 있는 실패’를 경험한 사원들에게 소위 ‘펭귄상’을 시상하고 있다. 남극의 펭귄들은 바다에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데, 막상 바다에 뛰어들 시점이 되면 바닷속 천적들 때문에 머뭇거리게 된다고 한다. 이때 한 펭귄이 먼저 용감하게 바다로 뛰어들면 다른 펭귄들도 용기를 내 바다에 뛰어들게 된다. 비록 실제 성패는 장담할 수 없지만 다른 펭귄들보다 앞서 바다에 뛰어드는 이 ‘최초의 펭귄’이 펭귄사회에 불어넣는 도전정신은 펭귄사회 전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최초의 펭귄’의 가치를 깨달은 기업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용기 있게 도전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 ‘최초의 펭귄’ 사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축하행사를 열어준다. 외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실패 면허(license to fail)’라는 개념까지 도입하며 사원들의 실패를 독려(?)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을 고지식한 ‘완벽주의자’로 오해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실패까지도 끈질기게 참아내시는 인내와 자비의 하나님이다. 만일 하나님께서 자신의 완벽함을 기준으로 우리를 평가하고 심판하신다면, 이 세상은 단 한순간도 존재할 수가 없다. 또한 하나님은 처절한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크고 위대한 임무를 부여하시는, 즉 ‘한 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는’ 의리파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사명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옛 생활을 묻혀 있던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셨다(요한복음 21장).
그러므로 상대방의 조그만 잘못까지도 들춰내 비난하기에 바쁜 요즘, 우리 그리스도인들부터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데 앞장서 보자. 특히 ‘아름다운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죄책감과 절망 가운데 쓰러지지 않도록 따뜻하게 위로하자. 또한 그들이 다시 한 번 용감하게 도전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도록 격려의 박수를 쳐주자.
성공한 사람들만 인정받는 사회보다는 실패한 사람들도 사랑받는 사회가 더 행복한 사회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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