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59)] 좋은 교인, 좋은 크리스천

입력 2013-09-25 14:35 수정 2013-09-25 14:45


저녁 식사 모임 때의 일이다. 교인이 된 지 3년가량 됐다는 대학 교수가 자신의 동료 교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동료 교수는 대형 교회의 장로이며 그의 부인도 권사다. 부인은 명문대를 졸업한 지성인이다. 그녀가 이번 제직 임명 때 담임 목사님의 식사봉사팀장으로 임명되었다고 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다른 교수님이 ‘담임 목사님의 식사를 담당하는 팀이 별도로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흥분을 했다. 담임 목사님이 일반 성도들과 같이 점심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임금님도 아니고 무슨 요리팀을 두고 있느냐며, 그 팀에 임명된 것을 왜 자랑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교수님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은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며 식사도 당연히 성도들과 식당에서 같이 한다고 했다.

사실 많은 교회 목사님들이 자신의 식사팀을 별도로 두고 있다. 나도 그것을 참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 중 하나다. 큰 회사의 사장도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데, 성직자야말로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식사팀에 속해있다고 자랑하는 교인에 대해서는 연민의 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인이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 생각하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목사님께 잘 하면 복을 받고, 목사님께 순종하면 하나님께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교인이 의외로 많다.

목사님이 축복권과 저주권을 갖고 있다고 설교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한 목사님께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목사님께는 축복권과 저주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목사님은 “그건 아니지요. 축복을 해 달라고 예수님께 중보기도를 할 수는 있지만 축복권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성도들이 잘못한다고 저주하는 기도는 목사가 할 수 없지요. 그것은 잘못된 신앙입니다.”라는 답을 주었다.

천주교는 약간 다르다. 사제가 죄를 없애주는 속죄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하나님만이 속죄권과 모든 축복권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십일조를 잘 내고, 목사님 말씀에 순종하며, 교회에 출석을 잘 하는 교인을 믿음이 좋은 교인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전도와 교회 봉사를 잘 하면 믿음이 아주 좋은 권사님, 장로님이 된다. 그리고 직책을 받으면 이것을 계급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두가 이 직책을 원하게 된다. 직책을 맡으면 자녀들의 혼사 문제까지도 잘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의 선거 때에는 일반 사회와 비슷한 광경이 펼쳐진다.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이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믿음이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범위는 교회 안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고인이 된 강영우 박사의 전기를 읽은 적이 있다. 중학교 때 축구공에 맞아 눈이 멀고 부모님까지 잃었으나 고아의 신분으로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미국 백악관에서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로 10년 넘게 근무하며 장애 정책 자문관 역할을 했다. 큰 아들을 유명한 안과의사로, 둘째 아들을 미국의 고위 공무원으로 훌륭하게 키운 분이다. 이분은 전 세계 장애인들의 롤모델이 되었고 예수님이 어떻게 자신을 인도하셨는지 간증했다. 그 인도하심에 감사하는 믿음의 증거들을 간증하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이야기했다. 오히려 자신의 장애로 인해 축복을 받았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좋은 크리스천의 모습을 사회에 전했다.

얼마 전 ‘울지마 톤즈’라는 이태석 신부의 영화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전쟁의 상처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음악과 의술과 교육으로 위로하고, 자신이 암 투병 중임에도 그들을 위해 끝까지 웃으며 사랑을 보내는 그 진정한 모습에서 그리스도인의 참모습을 발견했다. 하나님이 어떻게 그 젊은 사람에게 그토록 큰 사명을 맡기셨는지, 그는 어떻게 그런 큰 쓰임을 받을 수 있었는지 부러운 생각도 들었고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됐다. 진정한 좋은 크리스천의 모습이었다.

믿음과 더불어 행함이 있는 크리스천의 삶을 통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의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라.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응하는 좋은 크리스천의 모습을 나 자신과 한국 교회 모두에게 기대해 본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