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위해 독일에 젊음 바친 한국 광부·간호사… 당신들이 한강·라인강 기적 디딤돌”
입력 2013-09-24 22:57
주한 獨대사관 파독 50주년 리셉션
가난했던 조국을 위해 독일의 광산·병원에서 젊음을 바쳤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위한 행사가 열렸다. 1963년부터 77년까지 14년 동안 7936명의 광부가 독일의 광산에서 일했다. 1만여명의 간호사들도 독일의 병원에서 백의의 천사로 활동했다.
주한 독일대사관은 2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한국 광부·간호사 파독 50주년 기념 리셉션’을 개최했다. 300여명의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고,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와 토마스 가이어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등 독일 측 주요 인사들도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독일 정부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직접 마련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가수 이미자씨와 한·독 양국 합창단이 아리랑을 불렀을 때 광부와 간호사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독일에서 고생했던 날들을 떠올렸다. 어느덧 백발이 된 동료를 만나 손을 꼭 잡고 그동안 못다 했던 얘기를 나눴다.
행사를 준비한 마파엘 대사는 독일 합창단이 독일 대표 민요 로렐라이를 부를 때 직접 아코디언으로 반주를 하기도 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마파엘 대사에게 직접 쓴 편지를 읽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양국 고위 인사들은 광부와 간호사들이 한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으며 한·독 양국을 잇는 의미 있는 가교였다고 강조했다. 마파엘 대사는 “올해는 한·독 수교 130주년, 파독 광부·간호사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며 “광부·간호사들이 한국을 위해 독일에서 했던 일을 한·독 양국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갱내 중노동과 야간 근무 등 어려움을 잘 극복했고 이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50년 전 한국은 6·25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못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7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였다”면서 “여러분의 피와 땀으로 오늘날 한국은 경제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과거 대한민국 같은 국가들을 도와줄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과거의 인물들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한·독 양국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일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멀리 독일에서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오기도 했다. 리타 쥐스무트 전 독일 연방하원의장은 축사를 보내와 “한국에서 온 광부와 간호사들이 ‘라인강의 기적’에 크게 기여했고, 독일도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