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계열’ 역사학계 3대 기관 접수… ‘역사 전쟁’ 2R 불붙었다
입력 2013-09-25 04:58
국사편찬위원회(국편)와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등 역사학계 주요 기관을 보수 인사들이 장악하면서 교학사 교과서 논란으로 촉발된 ‘역사전쟁’이 2라운드로 번지고 있다. 진보학계와 야권에서는 “역사학계 3대 국가기관으로 불리는 국편과 한중연, 동북아역사재단의 수장을 모두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접수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영익(77) 신임 국사편찬위원장 내정자는 대표적인 ‘이승만 예찬론자’이자 ‘뉴라이트의 이론적 지주’로 통하는 인물이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유 내정자는 자신의 저서 ‘건국 대통령 이승만’ 등에서 “이승만의 업적은 공이 7, 과가 3”이라고 주장하며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느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드디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낸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에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인 권희영·이명희 교수가 이끄는 한국현대사학회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같은 날 취임한 이배용 한중연 원장 역시 뉴라이트운동에 간여해온 보수 인사다. 역사학계의 한 진보인사는 “지난 정부 말기에 임명된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도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을 맡고 있어, 역사학계 주요 기관 수장이 모두 뉴라이트로 물갈이된 셈”이라며 “한국사 수능 필수 시대에 편향된 역사관을 강조한 교과서들이 학생들의 책상 위에 올라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야권도 일제히 반발하며 유 내정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미화 왜곡대책위원회’ 유기홍 위원장 등 야당 의원들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유 교수를 국편 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아버지’(박정희 대통령)의 역사를 윤색하려는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박근혜 정부의 역사에 관한 일련의 결정이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른 ‘역사 쿠데타의 시작’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역사까지 만지작거린 것을 확인했다”며 “교학사 역사왜곡 교과서가 일부 정신 나간 뉴라이트 학자가 벌인 일이 아니라 그 배후가 청와대였다는 사실이 사실상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현 정건희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