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동양그룹] ‘알짜’ 동양파워 매각 추진… 팔수 있는 건 다 판다
입력 2013-09-24 18:35
최악의 자금난에 빠진 동양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동양파워 매각까지 거론하며 필사적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동양파워가 팔릴 경우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계열사로는 유일하다시피해서 100% 매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24일 “화력발전 사업체인 동양파워 매각을 추진 중이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지분 51%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양파워는 삼척화력발전사업 수주를 목표로 2011년 세워진 동양그룹 계열사다. 지난 2월 정부로부터 해당 사업자로 선정됐다. 2019년 상업발전을 시작하는 삼척화력발전소에서는 연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이 기대되고 있다.
동양파워는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동양시멘트 55.02% 동양레저 24.99%, ㈜동양 19.99%다. 동양파워의 지분가치는 8000억∼1조원으로 평가된다. 지분 100%를 모두 팔면 그룹을 살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7000억∼8000억원을 확보하면 동양그룹이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동양그룹이 실제로 경영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알짜 기업인 동양파워를 매각할지는 미지수다. 동양파워는 미래의 핵심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동양파워와 동양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대부분 사업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모태기업인 동양시멘트는 건설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향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룹으로서는 동양파워를 매각해 다른 계열사를 살려놓는다고 해도 해당 계열사의 사업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동양파워 지분 전량 매각에 대한 동양그룹 측 분위기는 모호하다. 회사 관계자는 “매수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각 가능한 지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 전량을 팔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동양은 동양파워 지분 외에도 팔 수 있는 것은 다 판다는 입장이다. 동양매직과 섬유사업부, 레미콘 공장 등 핵심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동양증권의 지분도 일정 부분 팔기로 했다.
창업주의 미망인이자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어머니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오리온 지분 2.66%(15만9000주)를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했다. 약 1500억원어치다. 동양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6월 말 기준 723%에서 1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더 이상 내놓을 사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양은 26일 1년6개월 만기로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오는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 쓰일 예정이지만 발행 실적이 저조할 경우 유동성 위기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