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유실물부터 전두환 압류 미술품까지 ‘온라인 만물상’ 온비드, 없는게 없네
입력 2013-09-24 18:17 수정 2013-09-24 22:20
직업군인으로 전역한 A씨는 화장품 도매사업에 뛰어든 뒤 틈틈이 모은 700만원으로 경남 통영시 사량도에 별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공 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에 부지런히 드나든 덕분이었다. 사량도 옥녀봉에 다녀와 경관에 감탄한 A씨는 분명히 온비드에 매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점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침내 대지 47평, 건평 15평인 사량도의 한 작은 초등학교 관사가 ‘불용지’로 구분돼 온비드에 올라왔고, 남들보다 눈이 밝았던 A씨가 낙찰을 받았다.
A씨는 폐자재와 재생용품을 활용해 낡은 관사를 수리했다. 마당에는 폐블록을 깔아 풀이 자라지 못하게 했고, 자투리땅에는 텃밭도 만들었다. 페인트칠까지 하고 나니 처음과 완연히 다른 아담한 별장이 됐다. 별장이 완성될 무렵 사량도에는 상·하도를 연결하는 연륙교가 건설됐고 상수도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경관이 좋고 교통도 편리해졌다는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면 전국에서 여행객들이 몰렸다. 별장을 민박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A씨는 700만원의 투자금과 비교할 수 없는 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700만원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 A씨처럼 캠코 온비드에 관심을 갖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24일 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온비드 개인 회원은 85만9880명, 기관은 1만3690곳으로 집계됐다. 경찰서에서 넘어온 잡다한 유실물부터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동산까지 다양한 물건을 싸게 취득하려는 눈 밝은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의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서울 연희동 사저와 경기도 파주시의 시공사 건물, 겸재 정선의 화첩을 비롯한 미술품 600여점 등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압류 자산들이 온비드에 나올 것이라는 보도 때문이었다. 검찰과 캠코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압수 물품과 부동산 공매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온비드는 입찰과 계약, 등기 등의 여러 절차를 온라인상에서 원스톱 처리한다. 밖에서 볼 때는 공매가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접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체험담이 많다. 운영자인 캠코조차 개찰 전에는 입찰 정보에 접근이 불가능한 보안 시스템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온비드는 2002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이 자산을 처분할 때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정보처리 장치로 지정됐다. 공공기관은 투명하게 자산을 처분할 수 있어서 좋고, 개인 투자자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물건을 싸게 얻을 수 있어서 좋은 셈이다.
온비드는 저렴한 수수료 체계 덕분에 자산을 매각하는 기관들로부터도 인기를 끈다. 온비드의 수수료는 낙찰금액에 따라 다르다. 50만원 미만이면 수수료가 면제된다. 1000만원 미만은 8만원, 1억원 미만은 14만원 수준이다. 10억원 이상의 낙찰금액에 대해서는 수수료가 일괄적으로 33만원에 머무른다. 이 때문에 2011년 매각된 한국감정원의 경우 낙찰금액은 2233억원에 이르렀지만 계약자가 낸 중개료는 수수료 33만원에 입찰등록 수수료 1만원을 더한 34만원밖에 안 됐다.
내년까지 온비드에서는 신용보증기금, 한국석유공사 등 49개 기관이 가지고 있는 5조8000억원 규모의 53개 부지가 매각된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부동산 매물이 훌쩍 늘었다. 캠코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 당국이 활성화된 동산담보대출의 담보물건도 곧 온비드에 쏟아질 예정이라 온비드의 물건들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