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은 대형건설사 담합 먹잇감이었다

입력 2013-09-24 18:14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형 건설사들의 ‘나눠먹기’ 공구 배분과 ‘몰아주기’ 위장 입찰로 총체적 부실에 빠졌던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건설사들의 구조화된 담합 관행이 대형 국책사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24일 보(洑), 둑, 댐 등 4대강 사업 공사에서 들러리를 내세워 경쟁 입찰을 방해하고 투찰가격(입찰가격)을 담합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형법상 입찰방해)로 대형 건설사 11곳의 전·현직 임원 6명 구속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담합을 주도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임원이 각각 4명과 3명 기소돼 가장 많았다. 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은 2명씩, 삼성중공업·금호산업·쌍용건설은 1명씩 기소됐다. 대표이사급에서는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이 불구속기소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보 공사에서 공구를 배분한 8개 건설사에만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는 담합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들도 기소됐고 둑과 댐 공사에서도 담합 비리가 확인됐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수주 물량 상위 6개사는 2008년 12월 정부의 사업 착수 발표 직후 협의체를 구성해 담합을 모의했다. 이들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정부 용역을 맡은 설계업체를 통해 미리 자료를 입수한 뒤 공구를 배분했다. 이후 19개 건설사 모임을 결성해 공사 물량을 나눠 갖기로 최종 합의했다. 담합 모의 당시 상위 6개사는 ‘2007년 서울시 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 입찰 담합 혐의로 기소돼 재판 받던 중이었다.

건설사들은 들러리 입찰과 가격 조작 방식으로 밀어주기 담합을 추진했다. 현대건설이 낙찰받기로 한 한강6공구(강천보) 공사에 SK건설이 저급한 수준의 속칭 ‘B설계’와 높은 응찰 가격을 제시하며 들러리 입찰해 경쟁 입찰을 가장하는 식이다. 설계와 가격 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턴키(일괄수주) 입찰 구조를 노렸다.

건설사들은 서로 들러리를 서주거나 소형 건설사를 섭외해 들러리를 세웠다. 들러리 업체는 수자원 분야 경험이 없는 업체에 B설계를 짜도록 했다. B설계가 경쟁사 설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도록 설계도를 서로 공유했고, 졸속 설계 인상을 주기 위해 완성된 설계도에 종이를 오려 붙여 수정하는 일명 ‘따붙이기’ 수법도 사용했다.

들러리 업체는 발주처가 입찰 탈락 업체에 지급하는 설계보상비에 맞춰 B설계 계약을 맺어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서 들러리 업체들에 지급된 설계보상비만 293억원에 달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