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추신수] 가을사나이 秋, 성실로 쌓은 ‘Top’
입력 2013-09-24 18:05
‘추추 트레인’ 추신수(신시내티)가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추신수는 24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포함해 6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와 함께 2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이로써 추신수는 20홈런-20도루 클럽에 3년 만에 가입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는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미 100득점-100볼넷을 기록했던 추신수는 113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톱타자로는 내셔널리그에서 처음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 고지에 모두 올랐다.
◇대기록에 끝내기 안타까지=2회 2사 1, 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리며 시즌 53번째 타점을 기록한 추신수는 브랜든 필립스의 타석 때 2루를 훔쳐 시즌 19호 도루를 기록했다. 대기록이 나온 9회 상황은 더욱 극적이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그리고 후속 타자 필립스가 번트를 대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 포수는 추신수가 귀루할 것으로 예상해 2루에 공을 던졌다. 하지만 추신수는 재치있게 3루를 훔쳐 시즌 20호 도루 고지에 올라섰다.
이미 100득점-100볼넷을 기록했던 추신수가 내셔널리그 역대 톱타자로는 처음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을 모두 정복하는 순간이었다. 24일 현재 추신수는 21홈런-20도루-109볼넷-105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정확한 선구안과 타격, 장타력을 겸비해야 이룰 수 있는 이 대기록을 아메리칸리그 톱타자 중에서는 리키 핸더슨(1993년)과 그래디 사이즈모어(2007년)가 달성했다. 또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시절이던 2010년 22홈런-22도루로 20-20클럽에 가입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20-20 고지를 밟는 겹경사도 맛봤다.
추신수는 연장 10회말에는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굿바이 홈런’으로 더스티 베이커 감독에게 통산 1600번째 승리를 바친 5월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7월 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이어 올 시즌 세 번째 끝내기 안타다.
◇아시아 출신 타자를 대표하는 5툴 플레이어=5툴(tool) 플레이어란 파워, 정교함, 주루, 어깨, 수비 등 야수로서 겸비해야 할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라는 뜻이다. 야구의 중심지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선수만이 해당된다.
그동안 노모 히데오, 박찬호 등 아시아 출신 투수들은 일찍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에 비해 아시아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추신수는 이런 편견을 모두 깨고 있다.
이날 추신수가 기록한 20-20은 개인 통산 세 번째. 아시아 출신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다. ‘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는 교타자여서 안타 수는 많지만 홈런 수가 몇 개 안된다. 그리고 마쓰이 히데키는 장타력이 있었지만 발이 빠르지 못했다. 추신수는 호타준족에 장타력까지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미국 땅을 밟은 추신수는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5년 빅리그에 올랐다. 2006년 클리블랜드로 팀을 옮긴 추신수는 2008년에 데뷔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4개)을 쏘아올렸다. 2009년(20홈런·21도루)과 2010년에는 3할 타율에 20홈런-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2011년에는 음주운전 파문과 부상 등으로 8홈런·12도루로 부진했지만 지난해 16개의 홈런을 쳐내고 21차례 도루에 성공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