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견국 협력체 추진
입력 2013-09-24 18:00
정부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중견국가 협력체 구성에 나선다. 그동안 강대국을 위주로 했던 외교에서 한발 나아가 중견국가들끼리 협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향후 공식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유엔총회 기간인 25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멕시코 터키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5자회담을 갖고 중견국 협력체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총회 등 다자간 국제회의 기간에 ‘중견국(middle-power)’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여러 나라 정부 대표들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국제사회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가진 국가들이 처음 만나 국제사회에 기여할 역할과 분야를 논의해 보자는 뜻”이라며 “또 하나의 국제공조를 강화할 수 있는 협의체 건설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들 국가 외교장관과의 회동에서 국제사회에서 엇비슷한 입장과 영향력을 가진 중견국가들이 모여 국제 이슈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에는 특정 국가가 한 이슈에 대해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해결했지만, 최근 국제 이슈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만이 아닌 중견국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는 점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향후 공식적인 중견국 협력체 구성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다.
이번 중견국 회동은 지난달 윤 장관과 멕시코 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논의됐으며, 멕시코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5개국 외교장관이 만나지만 이 모임은 다른 나라들에도 개방돼 있다”며 “앞으로 협의체 건설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장관은 2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갖는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윤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은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브루나이에서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양자회담을 가졌고, 이번 회담 역시 유엔총회를 계기로 성사됐다.
회담에서는 한·일 관계 안정화 방안, 한반도 정세 등 현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윤 장관은 특히 과거사 및 역사인식과 관련된 일본 정치인들의 퇴행적인 언행이 양국관계를 해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외무상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다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