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외국자금 경계령… 외환당국 긴장 모니터링 강화

입력 2013-09-24 17:56 수정 2013-09-24 22:48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가시화에 따른 신흥국 이탈 자금이 단기간에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되자 외환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들어온 해외자금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환율에 영향을 미쳐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계획)을 가동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늘리는 등 자본유출입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24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누적 규모가 8조3725억원(코스피 기준)에 달한다. 18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7월말 기준)를 기록하는 등 여타 신흥국과는 차별화된 기초체력 덕분이다.

원화 강세에 힘입어 환율도 하락하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7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 대비 10.3원 급락했던 23일(1073.8원)보다 1.6원 더 떨어진 것이다. 1월 24일(1068.7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파른 환율 하락(원화강세)은 수출에 타격을 줘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수출입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달러화 매수·매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정부가 외환시장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부는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따른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이 언제든지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어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다만 역외 투기세력의 움직임이나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이 크지 않기 때문에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가동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건전성 3종세트란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부담금, 외국인채권투자 과세를 일컬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에 외화유출입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일정이 임박한 데 따른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 패턴을 봤을 때 외국인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라며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책과 함께 통화스와프를 늘리는 등 갑작스런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