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뜨고… 신흥국 지고… 글로벌 투자시장 ‘명암’

입력 2013-09-24 17:55


은퇴를 준비 중인 중소기업 대표 박모(60)씨는 지난달 펀드를 모두 갈아탔다. 2년 전 가입한 인도·인도네시아 펀드 수익률이 바닥을 쳐서다. 첫해 10%를 훌쩍 넘던 수익률은 최근 들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박씨는 최소한 ‘원금은 지키자’는 생각에 안정적이라는 평을 듣는 미국 펀드로 투자금 전액을 옮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너졌던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해외 투자처 중 연초 이후 펀드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일본이다. 일본 투자 펀드는 연초 이후 32.04%라는 경이적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한 달간의 수익률도 5.72%에 달한다. 북미와 유럽지역으로 투자한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북미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59%, 유럽은 14.05%를 기록 중이다.

선진국 펀드가 고공비행하는 것과 달리 향후 최고의 투자처가 될 것이라던 브라질·인도 등 신흥국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연초 이후 브라질 투자 펀드는 -14.45% 뒷걸음질 쳤고 인도 펀드 역시 -14.70%를 나타냈다. 중남미 펀드도 -8.53%로 추락을 면치 못했다.

저금리 시기에 선진국 투자가 쏠쏠한 재미를 보이자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장기 불황 등으로 대부분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에서 발을 빼는 상황에서도 일본 펀드 투자 설정액은 1930억원, 북미 펀드는 981억원이 증가했다. 유럽 펀드 역시 415억원어치가 더 들어왔다. 연초 대비 1조219억원이 빠져나간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국) 펀드와 정 반대다.

금융위기 이후 외국계 자금이 대거 몰렸던 신흥국의 경우 미국 양적완화 축소 예고 이후 투자금이 최근 대거 이탈하면서 극심한 주가하락을 겪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느리지만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고 있는 상태다. 이 덕에 다우산업지수는 지난해 말 1만3104.14에서 지난 23일 1만5401.38로 뛰어 올랐다.

정은수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그동안 신흥시장으로 흘러간 달러가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 역류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재정위기를 겪었던 유럽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3선에 성공한 것이 긍정적 신호를 더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달 유로존 구매자관리지수 등이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독일 연정 구성 불확실성이 있지만 차츰 완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투자는 올 상반기의 높은 수익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업계에는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로 인해 경기가 반짝 올라간 것뿐이어서 정책적 효과가 떨어지는 연말부터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