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도 가고… 차베스도 가고… 고함소리 사라질 유엔총회
입력 2013-09-24 17:52 수정 2013-09-25 01:25
미국 뉴욕에서 매년 9월 셋째 주 열리는 유엔총회는 ‘연례행사’ 정도로 치부돼 왔다. 각국 정상의 외교적 수사가 반복되기 일쑤고, 일부 마이너 국가 대표사절단은 선진국 정책을 비난하며 단체로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다. 그나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 같은 장기집권 정상의 기조연설이 뉴스거리가 됐다. 그는 2009년 장장 1시간 반 동안 자화자찬의 기조연설로 총회를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의 미국을 향한 독설도 이젠 과거가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이제 전 세계 독재자가 거의 사라져 23일 개막한 제68차 유엔총회가 모처럼 진지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며 “시리아 사태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아 이번만큼은 관전거리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8가지 관전 포인트도 소개했다.
우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란의 원자력 이용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 의심을 종식하기 위해 “투명하고도 검증 가능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온건 노선을 표방, 이전 대통령과는 다를 거란 기대를 모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8월 취임해 미·이란 간 긴장관계를 풀기에 어느 때보다 적기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눈치도 봐야 한다. 이란의 핵 제거가 지상 최대 과제인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길 원한다.
또 이란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깊숙이 지원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난 상황에서 오바마로선 이란과 마냥 좋게 대화할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대응해 로하니 대통령이 유엔총회 첫 데뷔무대에서 서방국가와 관계개선에 얼마나 나설지도 주목된다. 그는 “이란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자리매김돼 오랫동안 고립돼 왔다”며 “이를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문제는 이란 핵협상인데 이란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경제제재에 나선 서방국가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 중이다. 이후 핵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유엔총회에서 오바마, 로하니 대통령 간 회동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만일 두 사람이 만난다면 이는 1979년 이후 34년 만의 양국 간 첫 정상회동이 되며, 교착상태에 빠진 이란 핵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파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26일 만나 34년 만에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것은 고무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기조연설도 눈길을 끌 전망이다. 지난해 연설에선 이란 핵의 위험성을 설파하려 직접 폭탄 모양의 도표를 들고 나와 이란의 약을 올렸다.
시리아 군사공격을 놓고 한 달 가까이 육탄전을 벌였던 러시아·이란·터키와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시리아 해법을 놓고 재차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각국 대표의 기조연설에 앞서 행한 개막연설에서 “시리아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량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기소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총회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건이다.
백민정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