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총대들의 민심은… “화합보다 개혁”
입력 2013-09-24 17:36
‘총대들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줬다.’
경기도 수원과학대 신텍스컨벤션에서 23일 치러진 예장 합동 목사부총회장 선거에서 백남선(광주 미문교회) 목사가 당선된 것은 이변으로 평가된다. 1446표 중 828표를 얻은 백 목사는 교단의 주류로 통하는 김영우(서천읍교회) 목사를 200표 이상 따돌리며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
두 후보가 지난 6월 입후보할 때까지만 해도 “6대4 또는 7대3으로 김 목사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 목사는 교단신문인 기독신문 주필을 지냈고 교단산하 최대의 신학대학인 총신대의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어 지명도에서 백 목사보다 앞섰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기독신문과 총신대에 이어 총회까지 교단의 주요 조직을 독차지하려 한다는 반감이 총대들 사이에서 형성되면서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지난해 총회에서 파행 사태를 빚었던 황규철 총무와밀접한 관계라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6일 후보자 공청회에서 “개혁”을 외친 백 목사와 달리 김 목사가 “화합”을 주장한 것도 총대들의 민심과는 어긋나는 것이었다.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와 과거 총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백 목사 쪽으로 기울었고, 백 목사의 출신지역인 호남표가 가세하면서 판세가 결정됐다는 평가다. 반면 김 목사의 지지기반인 영남과 중부지역 표는 교단의 혼란을 수습하는 방안을 두고 나뉘어 졌다는 분석이다.
백 목사의 목사부총회장 당선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총회 개혁을 약속한 만큼 지난해 총회 파행의 당사자인 정준모 전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 관련 헌의안 처리,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실행위원회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교단의 한 목회자는 “김 목사의 패배로 총회만 아니라 총신대 운영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총대들은 24일 회무에서 정준모 전 총회장과 황 총무의 해임안이 헌의안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점에 강력 항의했다. 이상민(대구 서문교회) 목사는 “46개 노회에서 올린 총회장·총무 해임건 113개를 어떻게 총무 한사람이 일방적으로 누락시킬 수 있는 거냐”면서 “반드시 총회 현장에서 해임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총대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안명환 총회장은 해임 헌의안을 추가해 논의키로 했다. 27일까지 이어지는 총회 기간 중 황 총무 해임안이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교갱협과 비대위 등 개혁파 인사들의 징계를 요구한 ‘총회사태 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는 폐기처분 됐다.
수원=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