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박진석] 지나치게 의인 되지 말라

입력 2013-09-24 17:45 수정 2013-09-24 17:46


1950년대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상한 게임이 유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을 겁쟁이라는 뜻으로 치킨이라 불렀기에 치킨 게임이라 한 것이다. 그 이후로 이런 유의 극단적인 경쟁 게임이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치킨 게임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모두가 다치고 패배하는 엄청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을 보면 마치 치킨 게임을 쳐다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의 결과는 중재자가 있는 3자 회담이라기보다는 정치권 치킨 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죄와 심판이 난무하는 세태

이 회담 이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보란 듯이 대통령의 불통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장외투쟁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그 책임 또한 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예술의 결과물은 없고 골만 더 깊어진 격이다.

양쪽의 극한 대립을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제3세력의 부재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이후의 민심 동향을 살펴보더라도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시금 정치 실종과 함께 국민들의 정치 환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우려된다.

국가의 총체적 역량에 있어서 국방과 경제 그리고 외교력에 기반을 둔 하드 파워(Hard Power) 못지않게 문화와 교육, 보건, 정신적 가치, 사회적 매너와 같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하드 파워는 문자 그대로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에 따른 딱딱한 힘의 구사를 말한다면, 소프트 파워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에 기초한 부드러운 사회적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보이고 있는 치킨 게임의 양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아직도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의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대화와 타협은 상호 이해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이해라는 영어 단어 ‘Under+Standing’은 문자 그대로 자기 자리에서 내려와 상대의 자리에 서서 생각하고 바라볼 때 일어나는 것이다. 상호 이해는 양자 모두 자기 자리에서 내려올 때 가능해진다.

이해의 기본 속성이 내려가는(Under) 것이라고 할 때 이 정국의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대통령과 여권 지도부가 야권의 자리로 좀더 내려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야권 지도부의 내려가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리하여 서로가 핸들을 꺾을 수 있는 퇴로와 명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겸손히 대화해야

상호 이해를 위해 성경 전도서 7장 16절 말씀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스스로 패망하게 하겠느냐.” 지나친 의인, 지나친 지혜자는 의도 지혜도 몽땅 독점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때 상대방은 전적인 죄인이요 완전히 어리석은 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나친 의인과 지나친 지혜자만 있는 곳에는 오직 정죄와 심판만이 난무한다. 그 결과 스스로 하나님의 절대적인 판단의 보좌에 오르는 교만의 우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패망하게 되는 것이다. 모두 하나님의 판단의 보좌에서 내려와 겸손히 대화하기를 촉구한다.

박진석(기쁨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