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선진화법 여야 협의 정신 살리는 게 최선
입력 2013-09-24 17:44 수정 2013-09-24 23:03
與는 야당 설득하고 野는 국회절차 정쟁도구로 악용 말아야
정기국회가 재개되기 전부터 여야가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법을 악용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법 개정 및 위헌 소송 제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해 5월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으로, 다수당의 날치기와 소수당의 실력 저지가 반복되는 구태를 막자는 취지다. 상임위에서 여야 이견이 있을 경우 재적 3분의 1 이상 요구로 90일간 조정 절차를 밟도록 하는 안건조정제도를 통해 다수당의 일방처리를 제어하고 있다. 또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사실상 제한한 대신 신속처리제를 도입했다.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에서 180일간 심사한 뒤 법사위에 자동 회부되고, 법사위에서 9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회부돼 표결 처리된다.
여당의 주장은 5분의 3 이상이란 정족수가 헌법 49조에 명시된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란 국회 일반정족수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일리가 없지 않다.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이 무너져 식물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입법 당시부터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월 정부조직법 개편안 논의 때는 야당이 안건조정제도를 들고 나와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 규정에 따르더라도 법안 처리가 늦어질 뿐 다수결 처리의 길이 원천 봉쇄되는 것은 아니어서 위헌 결정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19대 국회부터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을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고 바꾸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야당의 원내투쟁 강화 방침이 현 정부의 주요 입법 저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현실화된 것도 아닌데 정치 기상이 바뀌었다고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률을 재개정하겠다는 것은 임의적이란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재개정 움직임은 여야 의원 127명이 찬성했던 국회선진화법 표결이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국회 권위를 스스로 부인하는 격이 된다.
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논하기에 앞서 이 법의 취지인 볼썽사나운 의사당의 몸싸움을 막고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정신을 살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긴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정당한 논리를 세워 야당을 충분히 설득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게 우선이다. 국회법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 정쟁을 정리한 뒤 차분하게 야당과 협의해 해결해야 한다.
야당도 국회 선진화를 위해 도입한 절차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해서는 안 되며 여야 협의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정쟁은 정쟁일 뿐 민생법안 처리와 분리해야 한다. 여당의 합리적인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몽니를 부린다면 민생을 정쟁의 볼모로 삼는다는 거센 비판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에서 파동이 벌어지고 국정 차질이 빚어진다면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5분의 3 이상의 의결권을 다수당에 몰아주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