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점으로 돌아간 F-X사업, 공백 최소화해야
입력 2013-09-24 17:40 수정 2013-09-24 23:00
3차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후보 기종으로 단독 상정된 미국 보잉사의 F-15SE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24일 결정은 공군 전력의 극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일 후 잠재적 적대세력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스텔스 기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8조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떨어지는 보잉사 전투기를 구매하려는 방위사업청의 탁상행정식 발상은 진작부터 논란거리였다. 전투기 성능뿐 아니라 운용 전반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록히드 마틴사의 전투기 F-35A를 예산이 초과한다는 이유로 제외시킨 점이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말이다. 북한의 방공망을 조기에 무력화시켜 확고한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목적인데도 불구하고 방향성을 상실했다.
또 일본이 이미 완벽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구형 전투기로 불리는 보잉사 제품을 사자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우리 영토임이 분명한 독도를 두고 시비 걸기를 그치지 않는 일본이 공군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선다면 어떻게 영토를 수호할 수 있단 말인가.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예비역 장성들이 보잉사 전투기를 그토록 반대한 이유를 당국이 깊이있게 생각해봤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기도입 비리가 워낙 심해 대안으로 출발한 방위사업청은 형식적인 절차에만 관심을 가진 탓인지 도무지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예산 조정권이 없다면 전투기 도입 대수나 시기 등을 늦추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 국방부나 공군, 예산부처와 충분한 소통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구형 전투기를 비싼 값으로 사온다는 비난이 들끓는데도 무사안일의 관료주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조용히 점검해보기 바란다.
차세대 전투기 기종 결정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도록 한 것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방향을 틀어 국제적인 공신력이 실추된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새로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이 같은 우리 사정을 충분히 설명해 전투기 제작사의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스텔스 기능만 지나치게 강조해 록히드 마틴사의 콧대를 필요 이상으로 올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군은 이번 결정으로 차기 전투기 전력증강 사업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고성능 전투기를 조기에 확보하려던 공군의 전력증강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은 불문가지다. 공백을 최소화해 북한 핵에 대응한 ‘킬 체인’과 국지도발 시 응징 보복 수단을 확실히 확보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