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교회의 세속화 복음 소홀하기 때문… ‘회심’
입력 2013-09-24 17:04
회심/폴 워셔 지음/생명의말씀사
최근 한국교회의 교세는 정체를 넘어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는 복음과 회심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대교회를 향한 10가지 기소장’이라는 설교로 유명한 저자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는 복음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복음의 핵심 주제는 하나님의 공의와 인간의 전적 타락, 속죄의 피, 참된 회심의 본질, 구원 확신의 성경적 근거 등이다. 그러나 요즘 강단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지 않는 설교자들이 많다. 교회는 복음을 몇 가지 신조로 축소하고 회개를 인간의 결정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대형 집회나 부흥회에서 ‘죄인의 기도’를 드리기만 하면 곧바로 구원을 받았다고 선언한다. 저자의 비판 대상은 주로 미국교회이지만 한국교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복음을 소홀히 하면서 온갖 병폐가 발생했다.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강퍅해졌고 축소된 복음은 교회를 세속적인 사람들의 집합체로 만들었다. 또 복음 자체로 만족하지 못하고 마케팅 전략을 구축하며 현대 문화적 흐름을 따라간다. 그 결과 축소된 복음은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했다.
책은 축소된 복음 대신 참된 복음에 집중한다. 복음의 부름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하나님은 왜 구원을 베푸시는지, 새로운 피조물로서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저자 특유의 강렬한 언어로 도전한다. 새 백성의 삶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새 백성은 공통된 소명과 신조, 윤리 규범만 공유하지 않는다. 새 백성은 그리스도를 보고 변화됐고 자신들이 본 것을 사랑한다. 새 백성은 지속적으로 성화되며 열매 맺는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열매 맺는 삶은 간단치 않다.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패를 반복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섭리가 필요하다. 저자는 에스겔 36장 26절을 인용하면서 마음에 거하시는 성령을 역설한다. 성령은 우리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우리 안에 내주하시며 새 백성으로 살게 한다.
현대 교회에는 ‘네 가지’ 그리스도인이 존재한다. 첫째는 그리스도를 영접했으나 하나님의 일에 무관심한 사람, 둘째는 첨단 장비를 동원해 예배를 드리면서 삶의 원리만 강조하는 설교를 선호하는 사람, 셋째는 한때 그리스도를 고백했지만 오랫동안 교회와 멀어져 있는 사람, 넷째는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를 믿겠다고 고백한 사람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사람이 참된 그리스도인이다. 이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무엇인가 달라졌고 실패와 진보를 반복하며 믿음의 길을 걸어간다.
일반 사회가 교회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일침은 흥미롭다. 저자는 교회가 세상의 비난을 받는 것은 참된 교회 속에 거짓 교회와 가짜 그리스도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양과 염소, 가라지와 알곡을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는 저자가 ‘행위구원’을 강조한다는 논란도 등장한다. 하지만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보이지 않으면 거짓 회개이며 참된 회심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로 보인다. 책의 곳곳에는 구원은 믿음을 통한 하나님의 은혜라고 명시돼 있다. 선행은 구원의 근거가 아니라 결과(33쪽)라고 말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